[오마주]타노스에게 죽은 로키, 왜 다시 나오지?···12월 ‘둠스데이’ 준비하려면 필수 시청
마블 시리즈 <로키>에서 ‘로키’ 역을 맡은 배우 톰 히들스턴. 마블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마블 영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까지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두 영화는 1000만 관객이 넘을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켰으니, 저는 딱 보통의 관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려고 이전에 놓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정주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암흑기죠.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블랙위도우> 등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면, 마음이 동하지 않았습니다. <완다비전> 같은 시리즈물은 더 손이 안 갔고요.
<어벤져스: 둠스데이>(이하 <둠스데이>)가 올 12월에 개봉한다는 소식에도 심드렁했습니다. 아이언맨 역으로 마블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악역 ‘닥터 둠’으로 나온다는 것도, 위기에 처한 마블의 마지막 발버둥으로만 보였거든요.
지난 7월25일(현지시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페드로 파스칼, 크리스 에반스, 헤일리 애트웰 등이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마블 패널로 참석해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는 12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빌런 ‘닥터 둠’으로 출연한다. AP 연합뉴스
<둠스데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정말 최근 일입니다. 지난 7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좋았고, 지난 8월 미국 디즈니의 D23 행사에서 공개된 예고편이 심상치 않아 보이더라고요. 정확히는 몰라도 ‘원기옥’을 모아 <둠스데이>를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둠스데이>를 기왕 재미있게 보려면, 못 본 마블 작품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또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오늘 ‘오마주’로 소개할 디즈니플러스의 <로키> 시즌1·2(2021·2023)는 ‘<둠스데이> 전 필수로 시청해야 할 작품이 뭐냐’고 물었을 때, 국내외 누리꾼·외신·챗GPT의 추천에서 빠지지 않는 드라마입니다. 시간선과 평행우주가 여러 개라는 마블의 ‘멀티버스’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봐야 할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시즌1과 2가 각각 6편으로 길지 않지만, 다 보려면 12편짜리인 드라마를 최근 끝마쳤습니다.
<로키> 시즌1 포스터. 마블 제공
장난의 신 로키는 어벤져스 멤버인 토르의 동생입니다. <어벤져스>·<토르> 시리즈에서 형의 말을 죽어라 안 듣던 캐릭터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얄밉다가 가끔 짠한 데가 있던 그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최강 빌런 타노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그런 로키가 주인공인 <로키>는 다른 시간선에서 시작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은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2012년으로 돌아갔는데요, 로키가 갑자기 푸른색 큐브 형태의 ‘테서렉트’를 탈취해 도망가면서 임무에 실패했었습니다. 어벤져스의 과거여행 때문에 과거가 바뀌어버린 것이죠. <로키>는 <어벤져스> 본편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이 이탈을 파고듭니다.
<로키>의 로키는 어벤져스에게서는 도망쳤지만, ‘시간변동관리국’(TVA)라는 조직에 의해 붙잡힙니다. 예정된 과거·현재·미래인 ‘신성한 시간선’을 벗어나는 ‘변종’(The Variant)을 없애 시간선이 단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곳입니다. 타노스의 손에 죽임을 당했어야 했던 로키가 그 운명으로부터 달아나는 것은, TVA 입장에선 안 될 일이었죠.
시간선을 어지럽히는 죄를 저지르는 자는 그 자리에서 ‘삭제’됩니다. 그런데 로키에게는 이례적으로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다른 시간선의 ‘변종 로키’들이 치는 사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입니다. ‘로키의 마음은 로키가 알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TVA 요원 ‘모비우스’(오언 윌슨)는 ‘로키들을 잡는 것에 도움을 주면 너를 삭제하지는 않겠다’고 제안합니다. 로키가 협조하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디즈니플러스 <로키>의 ‘로키’(톰 히들스턴, 왼쪽)와 TVA 직원 ‘모비우스’(오언 윌슨)가 TVA 건물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블 제공
TVA를 지탱하는 이들은 말합니다. “과거 수많은 시간선이 패권을 놓고 싸우다가 다중 우주 전쟁이 크게 벌어지며 하마터면 모든 게 무너질 뻔했다. TVA는 시간선이 갈라질 만한 사건을 막기 위해 개입해 시간의 ‘올바른 흐름’을 보호하고 유지한다”고요.
그러나 단일한 시간선이 있다는 믿음은 결정론적인 사회를 만듭니다.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게 다 적힌 대로만 이뤄지는 거죠. 시간선 밖 ‘변종’들을 추적하는 <로키> 시리즈는 점차 ‘변종들과 시간선을 없애는 것이 온당한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미스 미닛’은 TVA의 마스코트이자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잡무를 담당하는 인공지능(AI) 캐릭터다. 마블 홈페이지 갈무리
철학적이고 복잡한 주제를 대형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녹여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인물인 로키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조력자 모비우스를 비롯해 로키의 ‘여자 변종’인 ‘실비’(소피아 디 마티노), 시즌2부터 등장하는 ‘우로보로스’(키 호이 콴) 등 독창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TVA의 마스코트이자, 직원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시계 모양의 인공지능 홀로그램 캐릭터 ‘미스 미닛’이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 요소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홈>에서 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톰 홀랜드 표 스파이더맨이 한 세계관에 모이는 것을 보며 어림짐작했던 마블의 ‘다중 우주’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둠스데이>에는 어벤져스 뿐 아니라 <엑스맨>·<판타스틱4> 시리즈의 인물들도 대거 등장한다는데요. 이들이 한데 모이는 것이 가능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시리즈입니다. 무엇보다 ‘죽은 줄 알았던’ 로키가 어떻게 <둠스데이>에 재등장하는지를 알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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