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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3, 2026

매콤달콤 빨간 양념에 세월 한 스푼, 서울 떡볶이 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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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끈한 어묵 국물에 손이 가고, 빨간 양념이 자작하게 밴 떡볶이 한 접시가 떠오른다. 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나눠 먹던 떡볶이,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떡을 건져 후후 불어 먹던 기억도 함께 따라온다. 유행하는 떡볶이의 맛과 모양은 달라졌지만 오래된 분식집에는 여전히 예전의 맛과 풍경이 남아 있다. 그중에는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서울시의 ‘오래가게’로 선정된 떡볶이 노포들도 있다. 오랜 세월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들의 추억을 이어온 서울의 떡볶이집들을 찾아봤다.

‘며느리도 몰랐던’ 신당동 떡볶이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서울 떡볶이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신당동이다. 신당동 떡볶이 타운은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 먹는 즉석떡볶이 문화가 시작된 곳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1953년 문을 연 마복림 할머니집이 있다. 마복림 할머니가 개발한 고추장과 춘장을 섞은 양념은 지금까지도 신당동 떡볶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맛으로 남아 있다.

주문한 떡볶이는 완성된 모습으로 나오지 않는다. 테이블 위 냄비에 떡과 어묵, 양배추를 담고 양념을 부은 뒤 직접 끓인다.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양배추의 숨이 죽고 떡에 양념이 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말랑한 떡을 건져 먹다가 라면이나 쫄면, 만두 같은 사리를 넣는다.

마복림 할머니집의 양념은 고추장의 매운맛에 춘장의 구수하고 달큼한 맛이 겹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맵기만 한 떡볶이와 달리 단맛과 구수함이 먼저 느껴진다. 마복림 할머니는 생전에 며느리에게 비법을 전했고, 현재까지 그 맛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골목 지킨 마포 코끼리 떡볶이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마포구 도화동에는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에 오래된 즉석 떡볶이집들이 모여 있다. 그중 코끼리분식은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3대째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달큼하고 짭조름한 양념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단맛과 짠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뒤 끝에 은은한 매운맛이 남는다. 요즘 유행하는 매운 떡볶이에 익숙하다면 오히려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코끼리분식에서 떡볶이만 먹고 나오면 아쉽다. ‘야끼만두(군만두)’와 김말이, 못난이튀김을 함께 넣어 국물에 졸이는 것이 이 집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특히 못난이튀김은 국물을 충분히 머금었을 때 맛이 달라진다. 자작한 양념에 적셔 으깨면 튀김의 고소한 맛과 떡볶이의 달고 짭조름한 양념이 한데 섞인다. 서울관광재단도 이 먹는 법을 코끼리분식의 별미로 소개했다.

마지막 순서는 볶음밥이다. 떡과 튀김을 건져 먹고 남은 양념에 계란과 밥을 넣는다. 양념이 밥알에 골고루 묻으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깻잎과 후추를 더한 면목동 잉꼬네떡볶이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중랑구 면목동 주택가 골목에는 잉꼬네떡볶이가 있다. 1978년부터 이어온 곳으로, 당시 망우동 일대에 7개 학교가 모여 있던 시절 형성된 떡볶이 포장마차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다시 그 아들로 이어져 현재 3대째 가게를 지키고 있다. 첫맛은 얼큰하고 칼칼하다. 그런데 양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게 썬 깻잎이 들어 있다. 떡볶이의 진한 양념 사이로 깻잎 특유의 향이 올라오면서 매운맛이 조금 가벼워진다. 테이블에 놓인 후춧가루를 더 하는 것도 이 집의 방식이다. 한두 번 톡톡 뿌리면 매운맛과 향이 한층 또렷해진다. 납작만두도 빼놓기 어렵다. 떡볶이 국물에 납작만두를 푹 적시면 얇은 만두가 양념을 머금는다. 요즘 떡볶이집에서는 매운맛의 강도를 숫자로 표시하거나 각종 토핑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잉꼬네떡볶이는 깻잎 한 줌과 후춧가루 한 번으로 맛을 완성한다. 단순해서 오히려 오래 기억되는 맛이다.

전통의 무침군만두, 이수 애플하우스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동작구 이수역 인근의 애플하우스는 반포의 작은 상가에서 시작해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즉석떡볶이집이다. 오래된 분식집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과 달리 현재는 비교적 넓고 깔끔한 공간에서 손님을 맞는다. 그래도 떡볶이와 함께 무침군만두(아래 사진)를 먹는 방식은 그대로다.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이 떡볶이와 함께 주문하는 메뉴는 무침군만두다. 군만두를 바삭하게 튀긴 뒤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다. 갓 나온 만두는 튀김옷이 바삭하고, 양념은 달면서도 살짝 매콤하다. 떡볶이의 말랑한 떡과 번갈아 먹으면 서로 다른 식감이 살아난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무침군만두는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튀김과도 다르다. 이미 양념을 한 번 입힌 만두이기 때문에 바삭한 튀김옷과 매콤한 양념을 한입에 느낄 수 있다. 떡볶이가 주인공이라면 무침군만두는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다.

복고풍은 여기, 은평 코스모스분식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은평구 구산동 골목의 코스모스분식은 1980년대 초 문을 열어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구산역 인근 학생들에게는 오랫동안 학교 앞 분식집이었고, 지금도 당시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곳의 즉석떡볶이는 짜장과 고추장 양념을 고를 수 있다.

코스모스분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가게 안에는 당시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1990년대에는 가수 김장훈이 가게 안에서 DJ 부스를 운영하며 손님들의 신청곡을 틀어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음악을 듣던 공간이었던 셈이다. 중년 손님에게는 학창 시절의 기억을, 젊은 손님에게는 요즘 분식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복고풍 풍경을 건넨다.

학교 앞 떡볶이의 추억, 관악 미림분식

사진 서울관광재단

사진 서울관광재단

관악구 신림동의 미림분식은 미림여고 인근에서 1988년부터 영업해온 노포다. 오랜 세월 학교 앞을 지킨 만큼 이곳의 떡볶이는 음식이라기보다 학창 시절의 기억에 가깝다.

미림분식의 특징은 양념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매콤하면서도 달고 짭조름한 옛날식 맛에 가깝고, 짜장떡볶이는 춘장 특유의 구수하고 달큰한 맛이 앞선다.

떡과 어묵을 건져 먹고 남은 양념에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것도 단골들이 즐겨 찾는 조합이다. 부모 세대가 학창 시절 찾던 맛을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이곳의 매력은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돈된 요즘 분식집들과는 다른 풍경에도 있다.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와 학생들이 오가던 흔적이 남아 있어 한때 이곳에서 떡볶이를 먹었던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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