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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6, 2026

구글은 답하라…‘디지털 성착취’ 플랫폼 책임을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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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요청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구글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요청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구글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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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지난 8일 한겨레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글로벌 거대 빅테크 기업 구글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신상 정보를 외부기관에 그대로 보내 웹사이트에 공개 게재된 것이다. 피해자 당사자 혹은 정부기관이 구글에 보냈던 불법 촬영물 삭제 요청문이다. 여기에는 피해자의 이름, 연락처, 거주국, 삭제를 요청하는 촬영물 설명, 영상물이 실린 사이트, 삭제를 요청하는 피해자의 간절한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글은 ‘민감 정보 공유 금지 원칙’을 시행하고 있으나 사람의 실수로 유출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기시감이 들었다. 2020년 엔(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는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성적 영상물이 함께 유출되었는데, 당시 피해자 변호사는 구글을 상대로 해당 정보의 반복 노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처를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때 구글 쪽 대응이 매우 의아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구글코리아는 권한이 없다고 했고, 온라인으로 접촉한 본사는 아동성착취 영상이 아니면 판단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엔번방 사건을 알리고 심각성을 전했으나, 그게 어떤 사건인지 모른다고 했다. 개별 피해자나 피해자 법률대리인이 소명 자료를 제출한 뒤 판단을 기다리라는 절차만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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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을 했을 때, 문제의 페이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데도 피해자 이름을 검색하면 구글에 검색 결과가 무수히 나왔던 순간을 짚었다. 해당 유알엘(URL)은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아도 피해자 이름, 직업, 지역, 불법 촬영물 관련 검색 키워드가 구글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다. 이를 삭제해보려고 피해자와 지원 활동가가 동분서주할 때도 구글은 ‘느리고 불성실하게 회신했다’고 증언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이번 사태에 대해 구글은 “사람의 실수”라고 하지만, 수많은 업무 단계를 거쳐 벌어진 이 일을 “실수”로 볼 수 있나?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삭제 요청문이 공개된 사이트는 구글의 협업 기관이 운영하는데, 삭제 요청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보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설립되었다고 한다. 구글로부터 받은 자료를 플랫폼의 투명성을 위해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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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우선 적용하고 구글 검색 결과물 모두를 일종의 저작이라고 본다면, 그 콘텐츠가 누군가를 성적으로 착취한 결과물이라는 점은 ‘부수적으로’ 살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비동의 촬영물, 비동의 유포 영상, 성착취물로 침해되는 인권 문제가 그저 ‘표현의 자유’ 뒤편에서 예외적으로 검토할 사안에 불과한가? 당시 피해자의 말을 잊을 수 없다. 구글에 자기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주민번호까지 뜨는 상황이 사라지기를 한달 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시간에도 구글을 돈을 벌고 있는 거잖아요?”

구글은 불법 촬영물과 연관 검색어 노출이 ‘표현의 자유’ 아래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각지대 내지 예외적 상황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 촬영물 유통자와 플랫폼이 범죄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불법 촬영물이란 개인 간 벌어지는 동의 없는 촬영, 동의 없는 유포 사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영상들을 수집해 이익을 얻는 산업구조가 엄연히 존재한다. 여성의 몸을 돈 버는 재화로 삼는 그 산업이 유튜브와 구글 검색에 그대로 나타나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표현의 자유’ 뒤에 숨는 것은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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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구글을 비롯한 국내외 인터넷사업자에게 정부기관이 삭제를 요청하는 건들은 범죄 혐의가 있는 촬영물에 한정돼 있다. 범죄로 고발하기 어렵거나 법체계가 아직 범죄로 확정하지 않은 성적 영상물 노출도 피해자의 인격권과 생존을 침해하기는 마찬가지인데도, 공적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구글 협업 기관의 사이트는 성평등가족부가 나선 지 13일이 지나서야 국내 피해자 신상 정보 등을 삭제했다고 밝혔으나,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분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 빅테크는 왜 피해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가? 빅테크 기업의 성장은 누구의 인격과 성적 존엄이 밟힌 자리에서 이뤄졌나? 전적인 책임은 구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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