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검찰청은 사라졌다… 이제 결과로 증명해야

“통계상으로는 ‘범죄 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새 수사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범죄를 적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통계에 잡히는 사건도 그만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한 야권 정치인의 말이다. 정치적으로 과장된 전망일 수 있다. 하지만 검찰청 폐지 이후 무엇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분명하다. 제도를 바꿨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새 수사·공소 체계가 실제 사건에서 더 잘 작동하느냐다.
지난 2일 검찰청이 사라졌다. 1948년 출범한 지 78년 만이다. 검찰청 소속이던 검사들은 공소청 검사로 신분이 바뀌었고, 수사를 계속하려는 일부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옮겼다. 검찰청의 마지막은 뜻밖에 조용했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를 두고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두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권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 폐지와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을 거쳐 결국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고, 이번 개편으로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민생범죄 대부분의 첫 관문인 경찰의 수사 역량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경찰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2021~2025년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가운데 3개월을 넘겨 처리한 경우는 19만8755건으로 전체의 38.8%였다. 보완수사 요구 사건 10건 중 약 4건이 석 달을 넘겨 처리된 셈이다. 사건 지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새 체제에서 경찰의 수사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수사는 결국 사람과 경험의 일이다. 수천 쪽 계좌 기록에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찾고, 지워진 휴대전화 기록을 복원하고, 엇갈린 진술에서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권한을 옮기는 것은 법으로 할 수 있지만 수사 역량까지 법으로 옮길 수는 없다.
기관 사이의 연결도 중요하다.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하고 공소청이 기소를 맡는 만큼 사건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보가 빠지거나 판단이 엇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사가 부실하면 수사기관이 기소를 탓하고, 기소가 실패하면 공소기관이 수사를 탓하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권한을 나눴다면 책임을 잇는 장치는 더 촘촘해야 한다.
이제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것이 옳았느냐는 논쟁만 되풀이할 단계는 지났다. 국민에게 ‘검찰청’이라는 이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사기를 당했을 때 범인을 잡는지, 마약 조직의 윗선까지 추적하는지, 대형 금융범죄의 돈줄을 끝까지 밝혀내는지가 중요하다.
검찰청 폐지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선택이 옳았다고 설명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경찰의 수사력과 중수청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공소청과의 연결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새 제도가 이전보다 사건을 더 신속하게 처리하고, 범죄를 더 정확히 밝혀내며, 국민의 권리를 더 잘 지킨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범죄가 정말 줄어든 사회와 범죄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사회는 전혀 다른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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