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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르포] 자전거 타고 한복 입고…경주 황리단길엔 외국인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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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성

APEC 이후 달라진 위상…2년 새 외국 관광객 34% 증가

보문관광단지·황리단길에 집중된 관광객 외곽 확산 과제

이미지 확대 경주 대릉원 앞 외국인 단체 관광객

경주 대릉원 앞 외국인 단체 관광객

[촬영 손대성]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요새 외국인들 정말 많이 와요. 작년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하고 난 뒤로 외국인 손님이 30% 정도는 더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지난 22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의 한복대여점에서 만난 업주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오전에도 영국, 독일, 헝가리 등 주로 유럽계 관광객이 많이 왔다가 갔다"고 설명했다.

황리단길의 한 식당 관계자도 "APEC 정상회의 이후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

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과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합쳐서 만든 이름으로 수년 전부터 개성 있는 카페, 식당, 숙소가 대거 들어서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 첨성대, 경주 도심과 가까워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발길도 사로잡고 있다.

황리단길은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에 더 주목받고 있다.

이날 황리단길에서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간식을 먹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외국인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황리단길에서는 일본인 단체여행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황리단길과 접한 대릉원 앞에서는 또 다른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버스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지 확대 대릉원 앞 외국인 관광객

대릉원 앞 외국인 관광객

[촬영 손대성]

지난해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당시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황리단길 올리브영에서 쇼핑한 사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이날 찾은 올리브영에서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외국인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황리단길에서 만난 캐나다인 피터 미스트리는 "내가 사는 토론토나 최근에 다녀온 서울은 큰 도시라서 복잡한데, 경주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며 "길거리도 깨끗하고 평화로워서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황리단길 인근에 고분이 모인 동부사적지에서 만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톰 리드와 아만다 페이는 "시내 가까운 곳에 오래된 무덤과 평화로운 공원이 있어서 좋다"며 "서울은 시끄럽고 분주했는데 여기는 마음이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용하는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6만2천363명이다.

2024년 같은 기간에는 86만6천750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7만2천234명이 방문했다.

APEC 정상회의 전인 2024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2년 사이에 경주의 외국인 관광객은 34.1%(29만5천613명) 증가했다.

아직 9월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를 찾은 외국인이 1천504만8천명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1천67만3천명과 비교하면 2년 새 40.1% 늘었다.

전체적으로 한국을 찾은 전체 관광객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주의 외국인 관광객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국적별로 중국 17.6%, 대만 8.6%, 미국 6.9%, 일본 5.5%, 필리핀 4.5%, 홍콩 3.8%, 인도네시아 3.7%, 베트남 3.7%, 러시아 3.6%, 프랑스 3.2%, 독일 3.2%, 태국 2.6%, 싱가포르 2.6% 순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중국을 제외하면 10%가 넘는 곳이 없어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여주듯 경주에서는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미지 확대 경주 황리단길 외국인 관광객

경주 황리단길 외국인 관광객

[촬영 손대성]

국립경주박물관에서도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영어 안내판을 읽으며 유물을 감상하며 미소를 짓거나 동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랑스에서 온 2명의 관광객은 "경주는 한국의 문화를 알 수 있어서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보문관광단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외국인도 늘었다.

보문관광단지 내 숙박시설을 이용한 외국인은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3만9천699명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만6천216명으로 증가했다.

경주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여기서 일하다 보면 보문단지에 외국인이 많이 온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지난해 11월 1박 2일 일정으로 APEC 정상회의 때 사용된 회의장, 정상들 식사 메뉴, 영부인 일정 등 APEC의 주요 순간을 여행 동선에 그대로 녹여낸 관광 상품은 금세 매진됐다.

이후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을 만들어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경주를 수도권에 이은 새로운 방한 관광 주요 경로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에 나섰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인근 대구공항의 직항 노선을 활용해 대만과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경주 연계 관광상품을 홍보하고, 김해공항과 연계해서는 홍콩 관광객을 겨냥한 함안 낙화놀이·경주 불국사 관광상품을 선보였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는 APEC 유산과 연계한 '경주 한중 정상회담 발자취 상품'을 개발하고, 일본 시장에는 '한국 소도시 30선'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를 추진한다.

경주 힐튼호텔은 APEC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별 주문해 화제를 모은 '트럼프 치즈버거 세트'를 3만5천원에 출시해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량은 5천400여개에 이른다.

이미지 확대 경주 황리단길에서 만난 캐나다인 제이 미스트리(왼쪽)와 피터 미스트리

경주 황리단길에서 만난 캐나다인 제이 미스트리(왼쪽)와 피터 미스트리

[촬영 손대성]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해 눈길을 끌었던 황남빵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날 찾은 황남빵 본점에는 APEC 직후 때처럼 주문 후 2∼3시간이 걸려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10여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행사에 맞춰 도로, 숙박시설을 정비한 것이 관광객 유입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본다.

보문관광단지에 설치한 'APEC 상징 조형물'도 미디어아트를 통해 야간 관광객 눈길을 끌고 있다.

도와 시는 아직 황리단길이나 보문관광단지에 집중된 관광객이 감포읍 등 해안권이나 불국사권 등으로도 확산할 수 있도록 홍보와 여행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정상회의 성과를 계승하기 위해 3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내에 정상회의장이나 회담장, APEC 관련 사진 등을 전시하는 'APEC 정상회의 기념관' 문을 연다.

같은 날 저녁에는 보문관광단지에서 APEC 정상회의 1주년을 기념하는 '보문 나이트런 위드 월리' 달리기 행사를 개최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해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주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놓여 있다"며 "APEC 효과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외 관광시장 공략과 체류형 관광 콘텐츠 확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경주 황남빵 본점

경주 황남빵 본점

[촬영 손대성]

sds123@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5일 07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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