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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트럼프 관세 폭탄, 동맹은 ‘탈미국’ 가속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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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여러 교역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여러 교역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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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9월 중순 토론토에서 이틀간 캐나다 투자 정상회의를 열었다. 캐나다 정부와 함께 투자회사들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 투자 전문가 출신인 카니 총리가 최고의 세일즈맨 역할을 맡아, 무역전쟁·관세전쟁 시대에 캐나다는 계속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홍보한 것은 에너지,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그리고 방산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와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노르웨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미국 버크셔해서웨이와 블랙록 등 투자회사 수장들이 초청받았고,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매쿼리그룹과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관 테마섹도 참석했다. 중국 쪽 투자기관 관계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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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전례 없는 회의까지 만들어 돈줄 잡기에 나선 것은 미국과 사이가 나빠진 영향이 크다. 미국과의 관세전쟁 속에서 ‘더 독립적이고 더 회복력 있는 경제’를 만들려는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캐나다는 투자 계획 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길다는 불만을 사왔다. 게다가 지금까지 캐나다가 ‘미국 시장이 가깝다’는 것으로 투자를 끌어들여왔다. 이제 이 논리가 깨졌다. 그래서 카니 정부는 자원과 기술을 비롯해 “캐나다는 세계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세운다.

캐나다가 요즘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전략을 넘어 ‘유럽연합(EU) 가입설’까지 나왔다. 9월16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캐나다에 ‘준회원국’(associate member) 지위를 제안했다. 카니는 이튿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이 제안을 환영하는 연설을 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오른쪽)가 9월17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연설한 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했고 카니 총리는 이를 환영했다. UPI 연합뉴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오른쪽)가 9월17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연설한 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했고 카니 총리는 이를 환영했다. UPI 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1차 대전 때 캐나다 군인이 유럽에서 주워 온 도토리를 온타리오에 심었던 역사적인 일화로 시작해, 대서양을 넘나든 양쪽의 오랜 관계를 강조했다. 캐나다와 유럽은 “좋을 때만 동맹”(fair-weather allies)인 사이가 아니며 제로섬 거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의 전략적 역량은 지리가 아니라 기능이 기준이 된다면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나라들이 동맹을 맺고 ‘집단적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전례 없는 ‘준회원국’이 될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은 이달 말 열리는 공동 정상회의에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유럽연합 방위기금(SAFE)에도 유럽 밖 국가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유럽의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만나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우주 인프라 개발을 비롯한 여러 공동 계획을 약속했다. 유럽연합에서 떨어져나간 뒤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된 영국도 캐나다와 더욱 가까워질 모양이다. 캐나다 재무장관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는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영국이 캐나다와 유럽 간에 추진 중인 경제 동맹에서 “팀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브뤼셀과 스트라스부르를 오가는 일정 중간에 리버풀에서 앤디 버넘 영국 총리를 만나 우의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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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로맨스가 진지해져 간다”고 했다. ‘유럽과 사랑에 빠진 캐나다’ ‘마크 카니의 유럽 열광(EU fever)’ 등 온갖 표현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가 유럽연합 ‘준회원국’이 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면서 미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하면 유럽연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북쪽 이웃을 내몬 것은 트럼프다. 남쪽 멕시코와 함께 자유무역협정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던 캐나다에 관세 폭탄을 안겼고, 얼마 전에는 “끔찍한 무역 파트너”라 불렀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모욕에 더해, 최근에는 온타리오 호수를 ‘아메리카 호수’라 개명하는 무익한 짓으로 자극했다.

8월 관세 협상이 결렬된 이후 두 나라 관계는 보복관세 품목들이 추가되면서 더 나빠졌다. 물론 캐나다가 미국을 등지려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캐나다 재무장관은 “무역 갈등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절제된 대응을 해왔고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다시 협상하겠지만, 다만 이참에 교역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경제는 현재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여론도 카니 총리의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카니가 트럼프에게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라 캐나다의 주권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라는 국민의 인식과 애국심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캐나다 소비자들의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9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한 슈퍼마켓에 멕시코산 아스파라거스 묶음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 소비자들의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9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한 슈퍼마켓에 멕시코산 아스파라거스 묶음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과 구조적으로 통합돼 있는 캐나다가 유럽과 손잡고 ‘탈미국’에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각국의 생존 전략에 시사하는 게 많다. ‘노’라고 말해야 할 때는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이 될 관계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니가 만든 파장은 이미 여러곳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컨버세이션’에는 “캐나다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도 ‘유로비전’을 끌어안을 것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2015년부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가해왔는데 유럽연합에 못 들어갈 이유가 있느냐는 비유로 시작해, 최근 들어 깊어진 양쪽 관계를 짚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올 3월 오스트레일리아를 찾아 자유무역협정을 마무리했으며 안보·국방 파트너십도 맺었다.

멕시코는 지난 5월 유럽연합과 2000년의 무역협정을 대체하는 잠정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미국 의존을 낮추려는 것이다. 인도 역시 ‘트럼프 효과’로 20년 끌어온 유럽과의 무역협상을 올 1월 마무리 지었다. 유럽정책센터는 “무역보다 지정학이 협정을 성사시켰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유럽연합과 ‘경쟁력 동맹’을 출범시켰다.

트럼프가 세계를 향해서 던진 돌들은 이렇게 지표면을 흔들고 있다. 이것이 지각변동으로 이어질까? 그 흔들림 속에 우리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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