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도 허리도 아픈데 춤추겠냐” 했지만···41세 베테랑 백구영, ‘스디파’ 우승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 우승자 백구영. Mnet 제공
“후배들한테 얘기해요. ‘스트릿’ 시리즈 만드신 PD와 작가님을 ‘하느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요. 그만큼 방송이 댄서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죠.”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만난 안무가 백구영(41)은 “24년간 활동하며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Mnet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스디파)에서 우승한 그는 수상소감으로 “매 순간 디렉팅을 진심으로 대했던 것에 대한 보상 같다”며 “댄서 인생의 결말부를 길고 멋지게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디파>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스트릿 맨 파이터> 시리즈에 이어 안무가들의 디렉팅 역량을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안무 제작부터 무대 연출까지 디렉팅 능력을 겨뤘다. 바다, 베이비주, 나인, 시미즈 등 K팝 안무가 10명이 참가했다.
백구영은 참가자 10명 가운데 나이도 경력도 가장 많았다. 4년 전 <스트릿 맨 파이터>에 원밀리언 팀으로 출연해 최종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댄서계에서 41세인 그에게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백구영은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무릎도 허리도 아픈데 춤은 출 수 있겠나’라는 걱정이 많았다”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 우승자 백구영. Mnet 제공
백구영은 미션마다 창의적인 안무와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그는 “댄서 시절부터 내가 무대를 만든다면 이렇게 해야지라는 상상을 늘 해왔다”며 “어리고 감각이 살아 있는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부담되기도 했지만, 트렌디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 관점을 다르게 가져가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백구영은 전 SM엔터테인먼트 퍼포먼스 디렉터로 엑소, 동방신기, 보아 등 여러 아티스트의 안무를 제작해왔다. 특히 엑소의 ‘코코밥’ ‘러브샷’ ‘몬스터’ 등의 안무를 맡아 팬들 사이에서 ‘엑소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다.
K팝 안무가로서 책임감이 큰 만큼 창작자로서의 고민도 깊어졌다. 팬과 아티스트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목표와 자신만의 창작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내 안무가 싫으면 저와 일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고집이 셌다. 지금은 손바닥 뒤집듯 다른 안무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됐지만 늘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말했다. <스디파>에서 자신만의 창의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기쁨이 체력적 어려움을 잊게 했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확인이 아닌 제가 원하는 춤을 선보일 수 있었는데, 그 해방감이 어마어마했다”고 했다.
백구영은 안무 저작권과 댄서의 권익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2021년부터 안무가 리아킴과 함께 안무 저작권 문제를 공론화했고, 현재 한국안무저작권협회(KOCCOA)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스디파> 우승 특전으로 백구영은 오는 11월 열리는 Mnet MAMA 시상식의 개막 무대 연출을 맡는다. 그는 “무대는 단순히 ‘춤 잘 추네’라는 인상 이상이어야 한다”며 “아직 기획 단계지만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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