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찾아온 복합재난, 제대로 대응하려면
정용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안전연구본부장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재난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재난은 홍수, 산사태, 태풍이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재난관리 역시 유형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을 유발한다는 의미의 ‘복합 재난’과 ‘연쇄 재난’이 새로운 사회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면 극한 강우는 산사태와 토석류를 발생시키고, 도로와 철도를 마비시키며 도시 침수와 지반 침하를 동반한다. 전력과 통신이 끊기고 사회 기반 서비스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 재난관리는 더 이상 개별 재난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히 기후위기의 심화와 도시 인프라의 복잡성 증가는 이러한 전환을 더욱 시급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에 분산된 재난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험을 실시간 예측하는 지능형 재난관리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공간정보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오AI(GeoAI), 실제 도시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반 모델, 그리고 여러 AI가 협력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멀티에이전트 AI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첨단기술의 개발 자체가 아니라 이를 실제 재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행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민간이 보유한 재난 데이터를 연계하고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예측 정보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현장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지진 분야는 이러한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6년 9월12일 경주에서는 규모 5.1의 전진에 이어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고, 이후 수많은 여진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직후 관측 자료를 신속히 공유하고, 여러 기관의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하는 체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그 후 약 10년이 지난 올해 8월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에서 소규모 지진이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군집지진이 이어지다가 규모 3.1의 지진까지 확인되면서 정부가 지진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상향하기에 이르렀다. 해남 지역 군집지진과 관련한 위기 단계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사람이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지진을 빨리 탐지하는 일의 중요성, 그리고 신속 대응을 위한 관련 기관 간 실시간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주지진이 남긴 ‘대규모 지진에 대한 신속 대응’이라는 과제와 해남 연속 군집지진이 제기한 ‘이상 지진 활동의 조기탐지’ 과제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한다. 즉, 평상시부터 지진 분석 관계 기관 간에 지진파형 원자료, 발생 위치와 규모, 진원 깊이, 여진 또는 연속 소규모 지진의 시공간 변화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를 공동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 공유 기반 위에 AI 분석을 접목한다면 위험의 징후를 더 일찍 파악하고, 발생 가능한 재난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신속하고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다.
재난은 더 이상 특정 기관이나 특정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 도시화,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는 자연과 사회,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미래의 재난 대응 역량은 재난이 발생한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복구하느냐 뿐만 아니라, 위험 징후를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피해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재난관리의 패러다임을 단일 재난 대응에서 복합 재난의 통합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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