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자기 보수한도에 표를 던졌다면 [바른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기업 실무에서 이사의 보수는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억원’을 승인받은 뒤, 구체적인 개인별 보수는 이사회나 내부 보수규정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사 보수는 단순한 급여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상충과 주주총회 절차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컴플라이언스 사안으로 볼 필요가 있다.
주총 승인 시 고려할 사항들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대법원은 이에 더해 이사 보수에 대한 실질적 통제를 강조해 왔다. 대법원은 2015년 9월 10일 선고한 판결(2015다213308)에서 이사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직무 수행과 보수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수가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보수 지급이라는 형식으로 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이전하기 위한 것이라면 보수청구권이 제한되고 이미 지급된 보수의 반환까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일 선고한 판결(2025다219931)에서 이사 보수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 시 주주인 동시에 이사인 자는 원칙적으로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별이해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출석주주의 의결권 수뿐만 아니라 보통결의 정족수의 기준이 되는 발행주식총수에서도 제외된다. 해당 사건에서는 대표이사가 76%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는데,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 보수한도를 승인한 결의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판단이 유지됐다.
다만 대법원은 주주 전원이 이사인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 판결은 특히 대주주와 경영진이 중첩되는 비상장회사에 의미가 크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자신이 포함된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면, 내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 제한 여부와 정족수를 사전에 다시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2027년 정기주총, 보수 컴플라이언스부터 점검해야
2027년 정기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올해 말부터 ‘보수 컴플라이언스 체크리스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주명부와 임원명부를 대조해 이사이면서 주주인 자를 특정하고, 보수안건별 특별이해관계인과 의결권 제한 여부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그 결과를 반영해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도 미리 계산해 둬야 한다. 특히 대주주인 대표이사의 의결권을 제외하면 결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회사라면 주총 당일에 문제를 발견해서는 대응하기 어렵다.
보수의 결정과 지급 과정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주주총회가 승인한 총액한도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개별 이사의 보수를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결정하는지를 정관·이사회규정·임원보수규정과 실제 운영 사이에서 일치시켜야 한다. 담당업무, 책임의 정도, 회사 실적, 동종업계 보수수준 등을 고려한 산정근거와 이사회 의사록 등 관련 자료도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총 승인은 과도한 보수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면책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집통지서의 보수안건 문구, 주주총회 의사록의 특별이해관계인 및 의결권 제한 내역, 실제 급여·상여·퇴직금 지급내역이 서로 일치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성과급, 특별상여금, 퇴직금 등도 명칭만 달리했을 뿐 실질적으로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라면 상법 제388조의 적용 여부를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판례가 기업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사 보수는 ‘매년 주총에서 한도만 승인받으면 되는 안건’이 아니라 이해상충의 식별, 의결권 관리, 보수 산정, 지급 및 사후 증빙까지 하나의 프로세스로 관리해야 하는 지배구조 사안이다. 내년도 정기주주총회 준비도 소집통지를 발송할 때가 아니라 올해 결산과 임원 보수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2그룹 변호사들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주제별로 선별해 연재합니다. 한태영 변호사는 M&A, 경영권 분쟁, 컴플라이언스 분야 전문가로 2026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의 컴플라이언스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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