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다시 부엌에 설 때, ‘에그인헬’
‘새미네부엌’ 요리연구소 제공
길고 긴 연휴에는 이상하게 부엌이 멀게만 느껴지는데, 이유는 매 끼니 ‘무엇을 해 먹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일 것. 어느 순간 냉장고를 열어보면 애매하게 남은 채소와 달걀 몇 개, 소스 하나 정도가 눈에 들어오리니. 이럴 때 필요한 건 다시 거창한 요리를 만드는 것보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 라고 말해주는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찬란했던 여름이 지나고 은근한 찬바람에 겉옷 생각이 절로 드는 10월의 초입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서양식들. 금세 연말 파티라도 다가올 것처럼 쌀쌀한 바람에는 뜨끈한 토마토소스가 떠오른다. 탐스럽게 익어 생그러운 맛이 일품이던 여름의 토마토보다 가을, 겨울이 되어 뜨겁게 목에 박히는 감칠맛 넘치는 토마토소스가 그리운 시간이 왔나 보다. 계절의 흐름을 항상 깔깔한 입맛으로 먼저 알아채는 나 자신이 기특하면서도, 덩그러니 남은 재료들로 어떻게 쉽게 요리해 먹을지부터 떠올리는 바. 오늘의 요리는 역시 ‘에그인헬’이 좋겠다.
‘새미네부엌’ 요리연구소 제공
에그인헬. 토마토소스에 달걀 정도를 익혀 먹는 주제에 그 이름부터가 몹시 거창하지만, 막상 만들어보면 의외로 간단하고 또 맛있다. 양파와 파프리카, 소시지를 썰어 볶다가 토마토 파스타소스를 넣고, 마지막에 달걀을 톡톡 깨 넣어 익혀주면 그만. 채소가 없다면 생략해도 되고, 소시지는 베이컨이나 닭가슴살처럼 집에 있는 재료로 바꿔도 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팬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점이다.
도마를 꺼내고 재료를 하나하나 준비하는 일부터 부담스럽다면 건더기가 많이 들어간 시판 토마토소스에 달걀만 얹어도 좋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 토마토소스 사이에 달걀을 조심스럽게 넣어주면 비주얼도 맛도 꽤 근사한 한 끼가 뚝딱이다. 흰자가 먼저 익어가는 동안 노른자는 말랑하게 남겨두면, 곁들임 빵을 찍어 먹었을 때 부드러운 노른자와 새콤한 토마토소스가 한꺼번에 따라오니, 달걀을 취향껏 익혀주는 것이 포인트.
별로 애쓰지 않았는데도 식탁 위의 음식이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이 정도라면 나도 해 먹을 수 있겠는데?’ 라는 마음이 먼저 드는 레시피가 분명 필요했던 것 같다. 여유가 필요했던 사이사이, 계절이 바뀌는 사이사이, 생각나는 그대로, 조금 덜 해도 괜찮은 하루를 위한 오늘 한 끼는 적게 써도 풍성해지는 소스를 활용해 사치스러운 마법을 부려본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 대신, 오늘도 나와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차려 먹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때로는 팬 하나, 소스 하나, 달걀 몇 개면 충분하다. 이 정도의 간편함이면 내일 또 부엌에 설 수 있는 힘이 될는지도. ‘에그인헬’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새미네부엌’ 요리연구소 제공
✅다시 부엌에 설 때, ‘에그인헬’ 재료
달걀 2개 (120g), 식용유 2스푼 (20g), 비엔나소시지 3개 (45g), 양파 ½개 (140g) 빨간 파프리카 ⅓개 (60g), 다진 마늘 1스푼 (10g)
양념 = 폰타나 나폴리 뽀모도로 토마토 파스타 소스 1봉 (150g), 폰타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오히블랑카 2스푼 (20g), 후추 약간
✅다시 부엌에 설 때, ‘에그인헬’ 만들기
1. 양파, 파프리카는 0.5㎝ 두께로 굵게 다지고 소시지는 1㎝ 두께로 송송 썰어요.
2. 중불에서 1분간 예열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어 중불에서 3~4분간 볶아요.
3. 손질한 소시지, 파프리카, 토마토 파스타소스를 넣고 약불에서 2분간 더 조리해요.
4. 잘 볶아진 소스 위로 달걀의 모양이 깨지지 않게 넣어주고, 흰자 부분이 70% 정도 익을 때까지 중약불에 끓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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