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소녀의 단짝은 ‘당뇨병’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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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마리나가 요즘 좀 이상해. 물을 너무 많이 마셔. 심할 정도로 많이! 그리고 계속 먹어.”
2002년 어느 날, 티브이(TV)에서 방영되는 만화 ‘도라에몽’을 시청하고 있는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남편에게 불안한 예감을 전한다. 세차례 병원 투어 끝, 일곱살 소녀 마리나에게 ‘1형 당뇨’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몸속 ‘설탕’ 관리에 실패하면 뇌출혈, 당뇨망막병증(시력상실), 신장 기능 상실, 심부전, 당뇨병성 족부 궤양, 말초 동맥 질환 등 무시무시한 합병증이 올 수 있는 만성질환.
“인슐린만 주사하면 살 수 있다”지만, 그것은 “넌 이제부터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선고였다. 원하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정해진 용량의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야 하는 삶,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통제와 제약으로 둘러싸인 일상에서 ‘이렇게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늘 마리나를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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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 79억명(2022년 기준) 중 5억7300만명이 당뇨를 앓고 있”고 “그중 10%는 어렸을 때부터 1형 당뇨를 앓아온 환자”라지만, “나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때 아무도 하고 있지 않았기에” 마리나는 직접 “내 방식대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고 한다. “다시는 내가 혼자라고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이 ‘그래픽노블’(그림과 글을 결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이다. 마리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경력을 십분 발휘해 풍성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선택한 적 없는 질병과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무의식과 불안, 좌절과 우울 등 내밀한 감정들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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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가족과 연인,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런 감정들을 솔직히 고백한 뒤에야 자신의 병을 삶의 한 조각으로 품어 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조곤조곤 풀어낸다. 특히 혈당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질병에 끌려다니던 마리나가 걱정과 죄책감을 내려놓고 아이스크림 맛을 오롯이 느끼는 장면은 통쾌하다.
“가끔은 그냥 나 자신이고 싶어. 그리고 그런 순간만큼은 내 병이 나에게 맞춰주는 게 맞다고 봐. 나도 병에 맞추며 살아가느라 이렇게 애쓰고 있는 것처럼!” 마리나의 이런 외침은 오늘도 병과 싸우는 ‘또다른 마리나’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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