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한 줄 요약의 바깥을 그리다…‘AI시대와 언론’ 그래픽 제작기[뉴스뷰]
2026년 10월29일 목요일자 9면
언론과 AI를 주제로 한 전문가 기고문에 들어갈 지면 일러스트 작업을 맡았다. 그래픽을 구상하기 위해 전체 원고를 읽으며 몇몇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아무리 뛰어난 AI도 ‘사건 현장’을 취재할 순 없다] - 박아란 교수
‘뉴스 읽기가 생성형 AI 플랫폼 내부에서 완결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과 그래서 언론사의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시대라는 내용도 인상깊었다. 디자인 기자인 나조차도 언론사 내부에 있으면서도 검색엔진에 결합한 생성형 인공지능 요약을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있었다. 구글의 ‘AI 개요’, ‘AI 모드’나 네이버의 ‘AI 브리핑’, 줌(ZUM)의 ‘AI 1초 요약’ 등 검색엔진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한 서비스 확산은 ‘제로 클릭(zero-click)’ 검색 방식의 뉴스 소비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AI 챗봇은 뉴스 유입 경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원문 기사로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낮다. 27개국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6년 조사에서 AI 챗봇 답변을 이용하고 원출처를 항상 또는 자주 클릭한다고 답한 비율은 4%였다. 이는 검색(19%)과 소셜미디어(17%)를 통한 원문 클릭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사전 제작 지면이라, 당일 마감하는 평소와 달리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해당 지면을 맡은 편집부 선배는 휴일에도 제목을 거듭 고민하셨고, 지면을 어떻게 꾸릴지 여러 차례 함께 이야기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제목은 “아무리 뛰어난 AI도 ‘사건 현장’을 취재할 수 없다”. 그 제목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구현하는 일이 내 몫이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명쾌한 요약만 접하는 대중, 그 화면 뒤에 가려진 취재의 시간, 그리고 AI 요약의 바탕이 된 정보가 현장 취재를 거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한 장에 담아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한 지점과 지면에 담지 못한 장면들을 온라인 그래픽으로 펼쳐 보여주고 싶었다.
기고 본문에 등장한 “❶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찾아내기, ❷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❸권력에 질문하는 일”과 추가로 “❹숫자 뒤에 숨겨진 진실 포착하기, ❺사안의 무게를 헤아리는 일, ❻더 나은 질문을 만들기” 까지 총 여섯개의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물론 몇 장의 그림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주장을 검증하기, 불편한 진실의 민낯을 마주하기, 보이지 않는 피해를 기록하는 일’ 등 숨겨진 과정들은 더욱 많다. 애초에 언론의 역할이 몇 가지 정의로 정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AI는 놀라울 만큼 똑똑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일을 해낸다. 그렇게 뉴스는 출처와 맥락이 지워진 채 쉽게 줄어들지만, 그 몇 줄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장소와 사람, 시간과 질문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매끄러운 한 줄의 바깥에는 여전히 기자가 묻고 확인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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