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손 절단…프랑스 경찰의 진압, 왜 더 폭력적일까
프랑스 경찰관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교육 재정 부족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시위 물결은 매 주말 시위대와 공권력 간 격렬한 충돌로 이어지며 프랑스 사회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시위대 폭력 행위와 별개로 공권력의 진압 방식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랑스가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공격적 진압에 나서는 것은 경찰을 ‘국가의 도구’로 삼는 운영 방식에 특유의 거리 시위 문화가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학생시위가 시작된 이후 공권력의 강경 진압은 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돼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생투앙로몽에서 14세 학생이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얼굴을 맞아 턱뼈가 골절됐고, 이틀 뒤 투르에서는 16세 학생이 고무탄에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지난 5일에는 랑스에서 15세 학생이 경찰 수류탄 폭발로 손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
청소년들에게 영구적인 손상을 남긴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의 물리력 행사 방식과 강도가 적절했는지가 이번 시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거리에는 “눈에는 눈” “절단된 손이 아니라 교육 예산을” “최루탄 맞기엔 충분히 나이가 들었지만, 시위하기엔 어린가” 등의 구호와 손팻말이 등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서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통상 경찰이 시위를 통제하고 긴장을 낮추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물리력 행사로 대응하는 방식이 굳어져왔다고 분석했다. 경찰이 국가권력을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공화국의 권위’에 대한 도전에 맞서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프랑스는 주변국들에 비해 광범위한 시위 진압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고무탄 발사기의 경우 독일과 영국에서는 시위 진압 수단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프랑스 경찰이 사용하는 폭음·충격 수류탄은 인체에 심각한 부상을 남겨 수년간 논란이 돼왔다. 프랑스는 이번 손 절단 사고 이후 시위 진압에서 해당 수류탄을 사용하는 것을 잠정 중단했다.
가디언은 이 같은 강경 진압 방식은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특유의 거리 시위 문화와 맞물려 강화됐다고 봤다. “프랑스에서 시위는 시민의 의무이자 정당한 민주적 수단으로 여겨진다”면서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당국이 대규모 시위를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격적 진압 방식이 적대감을 불러 시위가 과격해지며, 결국 거리 시위가 ‘전투’로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시위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7일 시위 진압용 수류탄과 고무탄 발사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도 지난 14일 경찰이 청소년 시위 참가자들에게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전술 개혁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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