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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뇌에 전기 흘리면 나타나는 복잡한 세계, 신약 개발의 계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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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교수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교수

수술을 통해 뇌 깊숙이 전극을 삽입하고 전기 자극을 주어 뇌 질환을 치료하는 ‘심부 뇌 자극술’은 파킨슨병을 비롯해 우울증과 강박장애 등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대뇌피질에 적용해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를 개선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영화에서는 뇌 자극 수술을 받은 사람이 기억을 잃거나 인격이 변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지만, 이는 주로 수십 년 전의 상황을 바탕으로 한 설정이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심부 뇌 자극술은 임상에서 안전하게 활용되는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심부 뇌 자극술이 뇌에 정확히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기 자극이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이나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있고, 실제로 그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전기 자극이 뇌를 구성하는 세포의 생물학적 상태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약물치료에서는 약이 신경세포의 활동뿐 아니라 유전자 발현과 같은 분자 수준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치료 원리와 부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 전기 자극 치료 역시 그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런 생물학적 변화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소속의 제너비브 코놉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람의 뇌 조직을 이용해 이 문제에 접근했다.

사실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연구를 위해 조직을 얻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람의 뇌에서 치료 과정 중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직접 연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뇌전증의 진단과 치료 등을 위해 뇌 조직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얻어진 조직의 전기적 활동과 분자적 변화를 분석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연구진은 뇌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얻은 사람의 측두엽 피질을 얇게 잘라 배양한 뒤, 여러 개의 미세 전극이 배열된 장치를 이용해 전기 자극을 가했다. 자극 전후로 수많은 신경세포 활동을 동시에 기록하고, 이어서 개별 세포의 유전자 발현과 조절 상태까지 분석했다.

먼저 전기 자극 이후 신경세포의 활동을 살펴봤다. 자극을 받은 뇌 조직에서는 전반적으로 신경세포 활동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수㎜ 범위에 있는 많은 신경세포의 활동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해 이들의 시간적 패턴도 분석했다. 그 결과 전기 자극은 단순히 신경세포의 활동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된 형태로 활동하는 패턴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자극이 개별 신경세포뿐 아니라 신경세포 집단 전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세포 내부에서 어떤 분자적 변화가 나타나는지도 살펴봤다. 이를 위해 ‘단일세포 오믹스’라는 분석법을 사용했다.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주고받는 동시에, 그 활동 상태에 맞춰 유전자 발현도 변화시킨다. 전기 자극을 받은 뇌 조직에서도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 변화와 함께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 발현돼 시냅스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이 두드러지게 변했다. 전기 자극으로 촉진된 신경세포들의 활동 패턴 강화에 이러한 유전자들이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는 심부 뇌 자극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뇌에 치료 목적으로 가하는 전기 자극은 신경세포가 원래부터 학습하고 소통하는 데 사용하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번 연구에서 변화가 확인된 일부 유전자가 이미 신약 개발의 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뇌의 특정 신경회로와 유전자 작용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전기 자극 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약물로 구현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해 뇌를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약물로 재현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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