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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팩트체크] 합의하고 싸웠으니 처벌 없다?…"'야차룰' 면죄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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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이의제기 안한다' 각서 써도 폭행·상해 책임…"사회질서위반 법률행위는 무효"

피해자 승낙도 '사회상규' 전제…대법원 "싸움 중 가해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어"

신종 학폭으로 '경보' 발령…영상 촬영·유포·판매까지

이미지 확대 야차룰도 학교폭력입니다

야차룰도 학교폭력입니다

[속초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충북 청주에서 한 20대 여성이 이른바 '야차룰'로 싸울 것을 강요받다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야차룰은 규칙이나 보호장구 없이 싸우는 방식을 뜻하는 은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선 쌍방이 합의해 싸우기 때문에 야차룰로 싸우다 다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치 합법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동대표들이 각서를 쓰고 싸우다가 사망자가 나온 사건에서 가해자가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일도 야차룰로 싸우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퍼지는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야차룰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수단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야차룰의 실태와 이에 관한 법적 해석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미지 확대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종 학폭으로 떠오른 '야차룰'…강요에 영상 촬영·판매까지

중학교 3학년생과 고등학교 3학년생이 권투 글러브만 낀 채 서로 치고받으며 싸운다. 중학생이 승리한 후 "고등학생도 별거 없네"라고 하자 고등학생이 다가가 "예의는 지켜야지"라며 항의한다.

유튜브에서 '야차룰'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이다.

야차룰은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초·중·고교생을 가리지 않고 "야차 뜨자"며 싸움을 제안하거나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학교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주로 어른들의 눈을 피해 지하 주차장이나 골목길 등에서 벌어진다. 현장엔 격투 당사자와 이를 지켜보는 또래들뿐이라 위험을 제지하기는커녕 방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야차룰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고, 더 많이 때린 이는 영웅시된다.

야차룰에는 '다쳐도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때문에 크게 다쳐도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이 두려워 선뜻 신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체격 차이가 커도 '합의'를 핑계로 격투가 성립된다. 신체적 열세인 학생에겐 일방적인 폭행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싸우는 영상을 찍어 유포하거나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올해 초중고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20년 0.9%보다 2% 증가한 2.9%를 기록했다.

이미지 확대 유튜브에서 '야차룰'로 검색시 나오는 쇼츠

유튜브에서 '야차룰'로 검색시 나오는 쇼츠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청과 교육부는 '야차룰'을 신종 학교폭력 유형으로 보고 지난달 '야차룰 경보'(신종 유형 발생경보 제11호)를 발령·전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과 교원, 장학사 등과의 현장간담회에서 야차룰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들이 보고돼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 대응하려 한다"며 "야차룰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특히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들끼리의 싸움을 강요한다거나 약한 애와 직접 싸우는 등 힘의 불균형이 작용하는 유형의 폭력에 대해 더 신경써달라고 현장에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야차룰은 성인 사이에서도 폭력행위를 정당화하고 상대에게 싸움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청주에서는 20대 여성이 10대 2명과의 싸움을 강요당한 끝에 싸우다가 숨졌다.

숨진 여성과 10대들은 싸우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다른 이들에게 야차룰로 싸움을 강요당한 정황이 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아파트 동대표끼리 주먹다짐을 벌여 1명이 숨진 사건에서도 야차룰과 비슷하게 '싸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가 등장한다.

이미지 확대 2024년 7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앞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내용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년 7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앞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내용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야차룰', 형사처벌 면죄부 아냐…결투 각서도 효력 제한

야차룰로 싸울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최근 아파트 동대표 간 싸움에서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가 폭행치사에 대해 무죄를 받으면서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두 대표는 회의 중 말다툼 끝에 향후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고 싸우다가 한 사람이 급성심장사로 숨졌다.

이에 가해자가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각서가 직접적인 무죄 선고의 이유가 아니었다.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려면 폭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 및 폭행 시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이 중 예견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문을 보면 폭행치사 무죄 부분에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싸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 작성을 제안한 것이 언급돼있지만,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 그 자체가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은 아니다.

반면 주먹과 발 등을 사용해 폭행한 것은 인정돼, 폭행죄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미지 확대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형법에는 피해자가 자신의 법익 침해에 승낙한 경우 일정한 범위에서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24조)이 있으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승낙 자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1985년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승낙 하에 잡귀를 물리치겠다며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형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소위 피해자의 승낙은 윤리적, 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녀야 한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즉, 서로 싸우기로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상해의 형사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상대가 다치는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없는 죄)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점은 양형의 유리한 사정 정도로 고려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형사 책임을 면제받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상호 합의에 의한 결투가 정당방위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립이 어렵다.

형법 21조에 따르면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뜻하는데 야차룰은 애초 서로 공격할 것을 약속하고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0년 피고인과 피해자가 싸우던 중 발생한 상해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해 가해하게 된 것"이라며 "이 같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그래픽]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교육부는 16개 시도 교육청과 올해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실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이 2.9%로 지난해 1차 조사보다 0.4% 포인트(p) 높아졌다고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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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결투 각서, 즉 쌍방 합의 계약은 폭행·상해 등 위법행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법에서도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법 103조에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다.

이선민 덕수 변호사는 "'야차룰', 즉 상호 합의는 법률상 위법성을 조각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폭행·상해 행위가 일어났을 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전 면허가 될 수 없다"며 "사회상규에 반하는 신체 침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승낙이 법적 면책사유가 될 수 없고,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합의 여부와 별개로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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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13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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