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되면 반짝 등장하는 눈부신 황금빛 거대 기둥의 정체 [페스티벌 플러스]

들판 한가운데 거대한 황금빛 기둥이 솟아 있다.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노란 잎이 비처럼 쏟아진다. 발밑은 어느새 푹신한 융단으로 변했다. 올가을 강원 원주 문막읍 반계리가 황금빛 풍경으로 깊어진다. 원주시는 오는 11월 8일까지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광장 일원에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를 이어 간다. 축제는 10월 26일 개막해 14일간 열린다.
주인공은 단연 반계리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수령은 약 1319년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고령 은행나무로 꼽히며 높이는 약 32m, 둘레는 16.27m에 이른다. 아파트 10층 높이를 훌쩍 넘는 몸통이 한자리에서 천 년 세월을 견뎠다. 한 스님이 물을 마신 뒤 꽂아 둔 지팡이가 자랐다는 설화와 성주 이씨 선조가 직접 심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 내려온다.
가을이 되면 나무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해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무렵이다. 이번 축제 기간이 바로 그 황금 같은 시간과 맞닿아 있지만 10월 27일 현재 초록빛이 좀 많이 보이는 상황이다.
축제는 천년 은행나무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공연, 먹거리, 벼룩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첫날인 26일 오후 1시에 은행나무광장 주무대에서 개막식이 열렸고, 축제 기간 동안 원주시립교향악단 공연과 매지농악, 힐링 버스킹,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이 차례로 이어진다.
웅장한 교향악이 천년 나무 위로 울려 퍼지는 순간, 낙엽 지는 소리마저 음악이 된다. 흥겨운 농악 가락은 들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잔잔한 버스킹은 연인과 친구의 대화를 한결 따스하게 감싼다.
볼거리뿐 아니라 먹거리와 벼룩시장(플리마켓) 부스도 마련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머물며 출출한 배를 채우고, 손때 묻은 소품 사이를 오가며 쏠쏠한 구경에 빠져들 수 있다.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고 따끈한 먹거리로 몸을 녹이는 시간이 가을 나들이의 별미다.
은행나무 일대는 지난해 9월 말 준공된 은행나무광장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협소한 공간과 흙먼지 날리던 바닥, 만성적인 주차난이 숙제였던 곳이다. 광장 조성과 함께 공연장과 진입로도 정비해 나무 아래를 한결 편안하게 거닐 수 있다.
축제를 찾기 전에는 은행나무의 단풍 상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축제 기간이 14일에 걸쳐 이어지더라도 나무의 색이 가장 짙어지는 시점은 기온과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를 만나고 싶다면 방문 직전 원주시의 축제 안내와 현장 소식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나뭇잎의 색감이 한층 선명하게 살아나고, 흐린 날에는 차분하고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나무를 감상할 때는 멀찍이 떨어져 전체 수형을 눈에 담아 보자. 가지는 남북으로 약 30m 이상 뻗어 있어 한눈에 담기 벅찰 만큼 웅장하다. 가까이 다가가 굵은 줄기와 켜켜이 쌓인 세월의 결을 올려다보면 사람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광장에 깔린 노란 낙엽 위에 서서 위를 바라보면 하늘이 온통 금빛이다. 사진을 남길 계획이라면 빛이 부드러운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이 좋다.
놓치면 안 될 정보는 주차와 교통이다. 원주시는 은행나무 단풍 절정기를 맞아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은행나무광장 주변에 약 340면 규모의 임시주차장을 조성했다. 임시주차장은 11월 20일까지 개방한다. 주말 방문객 집중으로 인한 주변 도로 혼잡을 줄이기 위해 반계초등학교 운동장도 관광버스 임시주차장으로 연다. 개방일은 10월 31일과 11월 1일, 7일, 8일이다.
문막나들목(IC)을 통해 찾는다면 반계나들목(IC) 교차로와 대둔나들목(IC) 교차로를 이용하는 경로가 있다. 교통 상황을 미리 확인해 정체가 덜한 길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편한 방법은 대중교통이다. 11월 8일까지 주말과 휴일에는 공영버스 1-1번 노선을 하루 8회 증차 운행한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반계리 은행나무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원주의 역사와 함께해 온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며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 아래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공연과 함께 깊어가는 원주의 가을을 마음껏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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