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해충돌에 발목 잡힌 ‘클래리티법’, 공화당마저 이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24년 7월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가상자산 규제의 틀을 짜고 시장 구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클래리티 법안’이 15일(현지시간) 미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는 이 법안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으로 보고 통과에 사활을 걸었으나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면서 통과가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산증식과 ‘이해충돌’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원은 이날 클래리티법을 토의에 부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법안 진행에 필요한 찬성표를 얻지 못해 결국 입법이 무산됐다고 AP·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상원에서 53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법안 진행에 필요한 60표 이상을 얻기 위해 민주당 협조가 필수적이었지만, 민주당은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의 수전 콜린스(메인)·조시 홀리(미주리) 의원 등이 법안 통과에 동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가 가상자산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가상자산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등을 거느린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이 법안으로 큰 이익을 꾀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앨리자베스 워런 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표결 전 연설에서 “전국 노동자 가구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억달러의 가상자산 이익을 챙기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크 워너 의원(민주·버지니아)은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30일 미국 정부윤리청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연례 재산공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등으로 22억달러(약 3조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의 밈코인 등 가상자산 발행을 제한하고 각 주 법무장관에게 관련 집행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수정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가상자산 보유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처분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이행 장치를 요구했으나 공화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클래리티법 입법이 무산되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과 관련 주식은 급락했다. 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상원 표결 소식이 전해진 미 동부시간 오후 3시를 전후로 5% 이상 하락해 7만4911달러,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약 7% 급락해 2357달러를 기록했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 규제법안으로, 그간 법적 지위가 모호했던 가상자산의 관할권 등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감독 권한을 나누고, 등록 요건을 설정하며 자금세탁 방지 보호 조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안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법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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