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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내 상처를 상대의 삶에 겹쳐놓지 않아야…[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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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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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릴 때 친구들 사이에 잘 끼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회사 생활하면서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고요. 그런데 딸이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요. 제가 그렇게 살아봐서 알잖아요.”

심리상담을 받는 한 내담자가 자신의 딸 이야기를 합니다. 그 순간 딸의 모습 위로 자기 모습이 겹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만큼은 아이가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소심해서 손해를 많이 봤다면 아이는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고, 공부하지 않아 후회했다면 아이만큼은 열심히 했으면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면 자녀에게는 부족함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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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사이에는 작아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아이의 삶을 염려하는 마음이지만, 후자가 강해지면 아이의 삶을 통해 내 과거를 다시 고쳐 쓰려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습니다. 부모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과거의 경험과, 아이가 자기 삶을 살아가며 겪어야 할 어려움입니다. 그 과거가 여전히 아픈 채 남아 있을수록, 아이가 자기 몫의 어려움을 겪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살아가며 겪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는 일이, 부모에게는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반복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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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부모-자녀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부부나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내가 겪은 삶의 의미가 상대에게도 같을 것이라 믿기 쉽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완전히 객관적인 눈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각자의 주관적인 세계가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상호주관성’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결국 내가 살아온 경험을 통해서만 상대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까운 사람일수록 ‘저 사람이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이 달라져야 내가 안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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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가 해결해야 할 불안과 상처를 상대를 바꾸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걱정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에, 이 자연스러운 변화는 좀처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관계일수록 의식적으로 질문을 나에게로 돌려야 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가 아니라 ‘나는 왜 저 모습이 이렇게까지 견디기 어려울까’.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특히 내가 이미 걸어가본 아픈 길과 닮았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길에서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도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다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겪은 아픔은 내가 돌보고, 상대가 겪는 어려움은 대신 없애려 하기보다 곁에서 함께 견뎌주는 것. 어쩌면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내 경험을 상대의 삶에 겹쳐놓지 않고, 상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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