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모르고 1억원 내는건 너무 불안해요”…선체험 후구매로 승부수 보는 이곳

강원도 고성 동해 바닷가에 들어선 리조트 문을 나서자 약 1㎞ 길이의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객실 창을 열면 설악산 능선과 동해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정식으로 개관하지 않은 회원제 리조트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객실’이다.
럭셔리 리조트 회원권은 통상 1억원을 웃돈다. 사려는 사람 입장에선 고액인 만큼 입지와 객실, 부대시설, 서비스 등을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회원 모집이 통상 리조트 완공보다 2~3년 앞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창립회원이나 초기 모집회원은 실제 완공된 객실과 시설을 보지 못한 채 조감도와 브랜드만 보고 가입을 결정해야 하는 것.
이런 ‘깜깜이 구매’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이랜드파크는 럭셔리 브랜드 ‘그랜드 켄싱턴’을 선보이며 체험 객실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 객실처럼 꾸며놓은 뒤 먼저 경험해보게 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모델하우스나 가상 투어를 넘어 고객이 직접 숙박하고 서비스를 받아본 뒤 회원 가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의 체험 객실이 대표적이다. 100m 옆에서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랜드파크에 따르면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 부지에서 약 100m 떨어진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에는 ‘켄싱턴 노블리안 오션뷰’ 객실 6실이 체험 객실로 운영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 2023년 8월부터 이 공간을 활용해 그랜드 켄싱턴의 객실과 서비스 콘셉트를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리조트는 같은 프라이빗 비치인 ‘켄싱턴 해변’을 공유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완공될 리조트 바로 옆에서 바다와 주변 경관을 직접 보고, 객실에 머물면서 향후 리조트가 제공할 휴양 경험을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고급 리조트를 먼저 경험해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체험 객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랜드파크에 따르면 체험 객실은 운영 초기 한 달 치 예약이 일주일 만에 마감됐으며 현재도 주말 객실은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마감될 정도다.
체험 객실은 이후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됐다. 2024년 12월 켄싱턴호텔 평창에 ‘그랜드 스위트’를 선보였고, 지난해 8월에는 켄싱턴리조트 경주에도 체험 객실 2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체험하는 것은 객실만이 아니다. 그랜드 켄싱턴이 내세우는 1대1 전담 버틀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버틀러는 고객이 리조트에 도착하기 전부터 취향과 요청사항을 파악하고 익스프레스 체크인, 기념일 서비스 등 맞춤형 응대를 제공한다.
단순히 좋은 객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숙 전부터 투숙이 끝날 때까지 하나의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랜드파크에 따르면 켄싱턴 노블리안 오션뷰와 그랜드 스위트 등 체험 객실 이용 고객의 그랜드 켄싱턴 회원 가입 전환율은 약 70%에 달한다. 고객이 직접 경험한 뒤 회원권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가족 단위 고객들이 먼저 체험을 해보고, 회원권 구매를 결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5060대 자산가들 사이 자녀나 혹은 손주를 데리고 또 오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회원권 시장에서 강세인 50~60대 ‘큰 손’ 뿐 아니라 2030세대의 젊은 자산가들도 리조트 회원권 시장에서 새 수요층으로 부상했다.
이랜드파크가 최근 분양 중인 그랜드 켄싱턴 회원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비중은 약 33%였다. 40대까지 포함하면 50대 미만 고객 비중이 48%에 달했다. 회사 측은 IT·스타트업 창업자와 전문직 등 젊은 고소득층의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는 강원 고성 봉포리 일대 약 1만5285㎡ 부지에 조성된다. 객실은 72실로 제한해 희소성을 더욱 높였다.
461㎡ 규모의 ‘더 펜트하우스’를 비롯해 워터 풀 하우스, 마스터 스위트, 오션 스위트 등 4개 타입으로 구성된다. 전 객실에는 전담 버틀러가 배정될 예정이다.
문화예술 콘텐츠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이랜드뮤지엄이 30년 이상 수집한 파블로 피카소 도예 작품 110여 점에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해 총 130여 점을 리조트 내 약 300평 규모 전용 공간에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대표작으로는 피카소 도예 작품 가운데 ‘아울로스 연주자’와 ‘투우장’ 등이 있다. 일반적인 순회전이나 기획전과 달리 상설 전시 형태로 운영해 투숙객이 별도의 전시 기간에 맞추지 않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랜드파크는 피카소 도예 컬렉션을 지역 주민을 비롯한 일반 고객에게도 개방해 리조트를 숙박시설을 넘어 지역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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