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안전지대 아니네…비행 중 ‘빈대’ 물린 승객에 항공편 취소까지
기내 이미지. 프리픽
호텔과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골칫거리가 된 빈대가 이번에는 장거리 국제선 항공기에서 발견됐다. 승객들이 비행 중 빈대에 물렸다고 호소하자 항공사는 귀국편 운항을 취소하고 기내 집중 청소에 나섰다.
호주 공영방송 ABC뉴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콴타스항공 여객기에서 빈대가 발견돼 항공기가 운항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9일 호주 퍼스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던 콴타스항공 큐에프(QF)5편에서 발생했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비행시간은 약 17시간에 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빈대는 이코노미석 앞쪽에서 발견됐다. 승객들은 비행 중 빈대에 물렸다고 승무원에게 알렸으며, 일부 승객은 가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매체들은 승객들에게 항히스타민제가 제공됐으나 약품이 부족해 충분히 대응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로마 도착 이후에도 이어졌다. 콴타스항공은 해당 항공기를 운항에서 제외하고 기내를 집중적으로 청소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다음 날인 10일 로마에서 퍼스로 돌아갈 예정이던 귀국편도 취소됐다. 항공사는 영향을 받은 승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고 기존 출발 예정 시각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대체 항공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콴타스항공 대변인은 이코노미석 일부 좌석에서 문제가 확인돼 엔지니어와 정비팀이 항공기 내부를 집중적으로 청소할 수 있도록 귀국편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는 정기적으로 기내를 청소하며 예방 차원에서 50일마다 소독 작업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빈대. 위키피디아
빈대가 항공기에 어떻게 유입됐는지는 조사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행객의 옷이나 짐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셸 파워 호주 맥쿼리대 기생충학 교수는“ 빈대가 승객의 여행 가방이나 옷에 붙어 항공기에 들어온 뒤 기내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빈대는 어두운 공간을 선호하고 옷에서 나는 냄새에 이끌릴 수 있어 여행 중 짐에 숨어 이동하기 쉽다는 것이다.
빈대 전문가 스티븐 도겟은 ABC뉴스에 “항공기에서 빈대가 발견되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발생한다”면서 “빈대가 좌석의 틈이나 갈라진 부분 깊숙이 숨을 수 있어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빈대 퇴치가 까다로운 이유는 좁은 틈에 숨는 습성뿐만이 아니다. 도겟은 빈대가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곤충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항공기에는 기체 손상을 고려해 사용할 수 있는 화학약품에도 제약이 있어 방제 작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진공청소기와 증기, 특정 살충제를 조합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비행기에서 빈대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겟은 “좌석 주변을 살펴 빈대나 흔적이 보이면 사진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좌석 틈새에 숨어 있을 수 있는 만큼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벌레를 발견했다면 승무원에게 알리고 상황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항공사에 피해를 알리거나 향후 법적 대응을 할 때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작은 기생곤충이다. 물리면 피부가 붉게 부풀거나 가려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항공기처럼 여러 사람이 장시간 머무는 공간에서는 한 번 유입된 빈대를 찾아내고 제거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항공기에서 발생한 첫 빈대 출몰 사례는 아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7년에도 캐나다 밴쿠버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영국항공 여객기에서 한 가족이 빈대에 물렸다고 호소했다. 빈대가 특정 숙박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여행객의 짐 등을 통해 항공기 같은 이동 공간에도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기적으로 청소와 소독을 하더라도 좌석 틈새에 숨은 빈대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 항공기 내 빈대 발생은 항공사에도 까다로운 방역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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