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뭔데]오세훈이 던진 ‘용적률 1.2배’ 카드, 국토부가 선뜻 못 받는 까닭은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지난 26일 서울 주택 공급 방안관련 2차 회동을 마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구의 한 음식점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가 서울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적용되는 법적 상한 용적률을 지금의 1.2배로 높일지 부동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법적 상한 용적률은 300%인데요. 만약 용적률을 1.2배로 높이면 최대 360%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훈·김윤덕 회동이 계기
정부가 용적률 상한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회동입니다. 오 시장이 김 장관과 만나 용산공원 임대주택 공급 등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국토부에 용적률 1.2배 완화를 건의한 것인데요.
원래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재건축을 두고 “(가구당) 평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가구수가 크게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것에서도 드러나죠. 당시 이 대통령은 재개발에 대해선 “주거 환경은 개선되고, 품질 높은 주택이 공급되긴 하지만 기존 주민 상당수가 떠나야 해 총가구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고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습니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42%)를 기록했는데,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 평가한 응답자들은 ‘부동산 정책(27%)’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파트가 많이 공급될 것이란 기대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민간 규제도 어느 정도 풀어야 한다는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단기적인 집값·전월세 가격 상승
하지만 국토부가 선뜻 ‘용적률 1.2배 완화’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이유는 집값 상승 우려 때문입니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줘 재개발·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시장에선 호재로 인식돼 매매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부는 단기적인 시장 자극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제 입주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반면 사업성 개선에 대한 기대는 즉시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비교적 저렴했던 빌라 등 비아파트까지 재개발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용적률을 완화한다고 하면 비아파트 가격부터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주택이 멸실되면서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전월세 가격도 오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은 “이주대책과 임대주택 공급, 사업지별 적용 기준 등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공급 확대 정책이 오히려 단기적인 주거비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열린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부동산에 매물 관련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오세훈이 던진 카드를 받는 모양새가 좀…”
오 시장이 제안한 카드를 국토부가 받는 그림이 연출되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입니다. 오 시장이 지난 26일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용적률 1.2배 완화 방안을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국토부는 즉각 출입기자들에게 설명자료를 내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반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도 계속 검토해왔던 사안인데 오 시장이 제안해서 받는 건 모양새가 좀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이 카드를 받을 경우 ‘오세훈 완승’으로 보일 수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소장은 “왜 이렇게 국토부가 서울시에 질질 끌려다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모든 민간 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을 1.2배 완화할 가능성은 낮고, 결국 사업성이 안 나와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가 안 나오고 있는 특정 지역만 ‘핀셋’으로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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