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골 초등학교의 계엄 수업, 미국서 학술 논문으로 출간

한승훈 노던 아이오와대 교수, 사회과학 연구 저널에 관련 연구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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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훈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년 전 강원 강릉의 시골 초등학교에서 진행돼 화제가 된 '계엄 수업'이 최근 미국에서 학술 논문으로 출간됐다.
한승훈 미국 노던 아이오와 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8일 사회과학 연구 저널(Journal of Social Studies Research) 특별호에 '계엄령 아래서의 민주주의 교육: 한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의 서사적 탐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출간했다.
이는 재작년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 강릉의 한 시골 초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수업을 다룬 연구다.
당시 담임이었던 김기수 선생님은 계엄이라는 추상적인 사건을 아이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김선생님법'이라는 교실 시뮬레이션을 만든 뒤 말할 자유를 빼앗고, 전교생이 모이는 학생 자치 모임 참석을 금지하는 식으로 평소의 규칙들을 일방적으로 정지시켰다.
한 교수와 김 선생님은 이 과정을 내러티브 연구 방법으로 함께 기록하고 해석했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아이들은 흔히 아직 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미래의 시민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지금 여기서 부당함을 알아차리고 그것에 맞설 수 있는 현재의 시민이라는 것을 밝혔다.
전직 초등교사인 한 교수는 2년 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박사과정생으로서 계엄 소식을 멀리서 접한 뒤 '만약 학교에서 아직 근무하고 있었더라면 아이들의 궁금증에 어떻게 반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해당 수업을 다룬 기사를 읽고 해당 사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한 교수는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주제를 학생들의 경험 수준에 맞춰 제시하고, 또 여러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행동을 이끈 사례는 아주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한 시민 교육의 예시라 평가한 뒤 연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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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당 연구에 김 선생님도 공동 저자로 이름을 내는 쪽을 선택했다.
김 선생님은 자기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교수의 해석에 다른 관점을 제기하고 내부자의 시선을 더하면서 '교사·연구자' 파트너십을 발휘했다.
한 교수는 13일 "계엄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다시 등장한 그 겨울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어른들도 얼어붙었던 그 순간에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부당함을 알아차리고 서로 손을 잡고 그것을 함께 되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만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라, 교실 같은 일상의 작은 공간에서 매일 연습하고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을 '아직 시민이 아닌 존재'가 아니라 '지금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그들에게서 오히려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수 선생님은 "강원의 작은 학교에서 실천한 민주시민교육 수업 사례가 민주주의 종주국을 자처해온 미국에서 연구 주제가 돼 논문에 실리게 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작고 아름다운 사례가 지역과 국가를 넘어 세계 곳곳에 의미 있는 영감을 전하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을 꿈꾸는 한승훈 교수의 의지에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답했다.
yangd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13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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