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수치가 될 수 없다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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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국제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턱없이 낮다. 유엔난민기구 자료로 계산한 한국의 최근 10년간 난민 심사 결정 대비 인정 건수 비율은 0.7%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며 평균치(18.5%)에 한참 못 미친다. 난민 심사를 담당하는 법무부는 우리나라가 주요 분쟁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질적인 난민의 유입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내가 동료들과 한 계량분석에 따르면 분쟁과 지리적 위치 같은 변수를 감안해도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소득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다만 우리나라엔 난민 통계에 잡히지 않는 특수한 집단이 있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다.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래 우리나라로 넘어온 탈북민은 3만5천여명으로, 비슷한 기간 누적 난민 인정자 수의 스무배가 넘는다. 탈북민은 본국에서 박해를 피해 새로운 피난처를 찾아온 강제 이주자지만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인 한반도에 거주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한다. 대신 탈북민은 정착, 주거, 취업, 교육 등에서 정부의 별도 지원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난민을 후하게 인정하는 대신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는 탈북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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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교회와 학교에서 탈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꽤 있었다. 내 경험으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만났던 분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자기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성장기에 다른 체제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익숙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대부분 탈북민은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까지 오는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온 한국에서 맞닥뜨린 차별과 동시에 싸우고 있었다.
탈북민 자녀의 교육은 또 다른 문제다. 이들이 일반 학교에서 다른 남한 학생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는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성장과 탈북 과정의 특수성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탈북민에 특화된 대안학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특성화학교 1곳, 인가 대안학교 4곳, 미인가 대안학교 6곳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전용 교사를 가지고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만 대부분 임대 공간을 활용하며 상황에 따라 거처를 옮겨 다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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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 자주 나오는 여명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2004년 서울 관악구의 상가 건물에서 시작한 여명학교는 학생 수가 늘자 2008년 남산 인근으로 이전했다. 2019년 은평구에 교사를 신축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에 밀려 포기하고, 이어 원래 건물에서도 임대차 만료를 통보받아 3년 전 강서구의 폐교 건물로 옮겨왔다. 내년도 또 한번의 임차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자체 모금과 기업 후원을 통해 같은 부지에 교사를 건립하려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건축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17일 열린 설명회에서 여명학교 조명숙 교장은 주민들 앞에 무릎 꿇고 읍소해야 했다.
조금 다르다 싶은 학생들을 위한 학교에 ‘기피 시설’ 딱지를 붙이는 행태는 이전부터 반복됐다. 2017년,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주민 반발이 극심하자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사건이 있었다. 발달 장애와 자폐성 장애 아동을 위해 세워진 밀알학교 역시 1990년대 건립 당시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었다. 서진학교도 밀알학교도, 지금은 지역의 풍경에 녹아들어 장애 아동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반면 특수학교 때문에 주변 집값이 내려갔다는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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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지역 집값이 떨어진다면 이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려는 학교 때문이 아니라 혐오와 편견으로 그들을 쫓아내려는 어른들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강하게 반발하는 주민은 일부에 불과하고 지역사회는 이미 여명학교를 품어주고 있다. 설명회 이후 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여명학교에 보금자리를 주자고 서명했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온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까. 탈북민, 장애인, 난민, 이주배경 학생, 느린학습자 등 저마다의 특수성을 지닌 학생들까지 품어내는 것이 교육이다. 그 교육은 지역의 자랑이 되지, 결코 수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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