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왜 ‘네온 챌린지’를?…‘딸깍’하면 뚝딱, AI 영상복제 괜찮을까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마이크 앞에서 노래하는 모습(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클 잭슨으로 변신해 공연하는 모습. SNS 영상 갈무리
“춤은 그대로, 사람만 바꿔줘.” 이 한마디에 삼성·SK그룹 회장이 걸그룹 무대에 서고,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클 잭슨이 된다. 원본 영상의 동작과 구도를 재현한 ‘밈’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사진 몇 장이면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AI) 영상 놀이가 번지면서 초상권·저작권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마이클 잭슨으로 변신한 영상은 지난 4일 공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서만 이날 기준 약 596만6000회 재생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영상을 공유하며 “이래서 메모리 가격이 이렇게 비싼 거구나”라고 농담을 보탰다.
국내에서는 걸그룹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의 신곡 ‘네온(NEON)’을 활용한 패러디가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소녀시대 써니가 안무 영상에 이수만·유영진 프로듀서를 합성해 올린 영상은 조회수 800만회를 넘겼고, 방송인 정준하가 자신과 박명수를 등장시킨 영상도 최근 333만회 이상 조회됐다.
영상 속 인물을 바꾸는 대표적인 도구는 힉스필드가 지난 8월 말 출시한 ‘겐주츠(Genjutsu)’다. 원본의 춤 동작과 카메라 움직임은 살리고 등장인물·의상·배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최대 30초 분량의 영상과 인물 사진을 올린 뒤 기능을 선택하면 별도의 명령어 없이 결과물이 나온다.
이재용·최태원 회장의 네온 챌린지 영상 [X계정 profit_LX]
15초짜리 영상의 제작비는 약 5.2달러다. 반려동물이 랩을 하거나 이용자 자신이 유명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다양한 패러디가 만들어지고 있다. 전문적인 영상 편집 기술이 없어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기존 영상의 동작과 구도를 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영상 복제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하나의 원본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을 달리한 패러디가 잇따르면서 ‘영상 복제’가 새로운 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병원과 자영업자들이 AI 합성 영상을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도 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온’과 같이 한 번 유행을 타면 관련 영상이 쏟아지는 구조다.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에서 “원본 영상과 참고 이미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무분별한 영상 복제가) 아무런 가치를 더하지 않는 복사·붙여넣기가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창작자 노력 희석·초상권 침해 우려
AI 영상 생성 플랫폼 힉스필드 홈페이지의 복제 영상 예시 이미지.
이런 밈은 창작자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뮤직비디오 ‘스톰(Storm)’의 로맹 가브라스 감독은 66명이 춤추는 장면을 두 달간 준비하고 약 15차례 촬영했다. AI로 등장인물만 바꾼 영상이 퍼지자 그는 벌처에 “영상에 엄청난 노력을 쏟은 모든 사람이 생각나 슬펐다”며 “이런 유행은 좋은 작품조차 시시해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복제가 원작의 가치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원작자의 저작권뿐 아니라 합성된 인물의 초상권도 문제다. 유명인이 실제로 제품을 추천한 것처럼 꾸며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지난 8월 방송인 이지혜는 자신의 얼굴을 무단 합성한 허위 식품 광고가 유포되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도 부랴부랴 법 개정에 나섰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14일 AI로 재현한 얼굴·목소리 등 ‘디지털 복제물’을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율 대상에 명확히 포함하고, 무단 상업적 이용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디지털 레플리카 문제 해결의 핵심은 집행 실효성 담보에 있다”면서 “AI 환경에 부합하는 법 집행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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