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방아쇠 당기자 성격 밝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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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이 참 맑았다. 5층 건물 옥상에서 반려견과 놀면서 화분에 물을 뿌렸다. 그런데, 순간 미끄러졌고, 하늘과 멀어졌다. 그나마 옆 건물 처마 등에 걸리면서 충격이 줄었다. 후에 옆집 아저씨는 “내가 꺼내놓은 쌀통 덕에 산 것”이라고 했다. 2011년, 공인중개사를 하다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잠시 쉬던 30살 김미영에게 닥친 일이었다.
엄마와 오빠들이 우는 모습을 분명 봤다. 하지만 눈을 뜨니 그들은 병실 문밖에 있었다. 5층에서 떨어진 뒤 15일 만에 정신을 차린 것이라고 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 밑으로 감각이 없었다. 바늘로 찔러도 아프지 않았다. 척추 1번부터 11번까지 핀이 박혔다.
처음에는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누구도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이 되는 마음가짐 등을 교육받았다. 지난 9월 창원 국제사격장에서 만난 김미영은 말했다. “앞으로는 휠체어로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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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3년을 보냈다. 운동도 조금씩 시작했다. 처음에는 휠체어농구를 했다. 이후 당구를 거쳐 양궁을 시작했다. 2년 동안 했는데, 활을 들면 강직이 계속 왔다. 욕창도 생겼다. 욕창이 골수염으로 전이돼 1년에 7번 수술을 받기도 했다. 활을 내려놓고 총을 들었다. 처음엔 총을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 이 세상 무엇보다 무거웠다. 승부욕이 생겼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총구가 과녁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김미영은 “사격할 때는 힘을 빼는 게 중요한데, 몸에 힘이 없어서 그런지 저절로 힘이 빠지고 자세가 안정된다”고 했다.

그는 조준이 잘못되면 “딴짓”을 하고 물을 먹고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격하기에는 성격이 너무 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미영은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다. 중간에 다른 사람들 쏘는 것도 보고, 전광판 순위도 보고 그런다”면서 “운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재미라고 생각한다. 쏘기 직전 순간 집중력은 좋다”면서 웃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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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든지 올해로 6년째. “못 쐈을 때도 재밌”고 “꼴등 해도 기분이 안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2023년 실업팀(인천광역시청)에 들어가 훈련 시간이 늘어나고 운동량도 많아지자 실력도 점점 나아졌다. 시상대에 서는 날도 많아졌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농담식으로 “좀비”라고도 부른다. 밑에서부터 집요하게 쫓아와서 상위권자들을 한 명씩, 한 명씩 꺾기 때문이다. 예선보다는 결선에서 더 성적이 잘 나기도 한다. “총을 들었을 때 뒷소리가 하나도 안 들릴 때가 있어요. 그때부터는 하나도 안 떨리고, ‘내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어머니는 막내딸이 걱정돼 수도권 밖에서 열리는 대회를 갈 때마다 우셨다. 지금은 가족들 마음도 단단해졌다. 김미영은 “다치고 난 뒤 움츠러드는 게 있었는데 꾸준하게 운동하고 사람들을 만나니까 다치기 전 옛날 모습을 많이 찾았다. 오빠들도 내가 성격을 많이 되찾은 것 같다고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국가대표로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국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도, 일본 자체도 처음 가지만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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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의 왼팔에는 나침반과 함께 ‘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Bobbidi-Boo·생각대로 이루어지리라) 글자가 새겨져 있다. 사고 전후로 그의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짝꿍도 바뀌었다. 그의 곁에는 같은 아픔을 겪은 임주현(오토바이 사고로 척수 장애)이 있다. 임주현 또한 국가대표로 이번에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김미영은 말했다. “사격은 나에게 계속 꿈을 만들어주는 도구예요. 월드컵, 세계선수권에 나갔고 이제는 아시안게임에 가잖아요. 패럴림픽(2028 LA)도 도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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