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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잡초 뽑고, 가지 다듬고···국회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 “잘 관리된 꽃과 나무처럼 좌우도 화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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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근로자 손춘예씨(66)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옆 야생화 화단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근로자 손춘예씨(66)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옆 야생화 화단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 노동자 이해춘씨(64)가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최근 비가 자주 오지 않은 탓에 한쪽 길이가 20m인 정사각형에도 20~30분 정도 물을 줘야 한다. 겉에만 물을 주면 땅에 흡수되기 전 증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잔디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3~5㎝ 길이로 균일하게 깎는다”며 “관광객들이 ‘깔끔하다’고 말해주는 걸 들으면 자긍심이 든다”고 했다.

국회 잔디광장, 본관 앞 소나무 군락지, 야생화 화단 등 국회 곳곳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작업 방석을 허리에 차고, 챙이 넓은 모자에 천을 붙여서 목까지 가린 채 일한다. 장갑과 작업화를 신고 국회 곳곳을 돌며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는다. 조경팀 소속 기간제 노동자 이씨와 손춘예씨(66)를 지난 22일 만났다. 두 사람은 “입법 활동을 간접적으로 돕는다고 생각한다”며 “좌우가 나뉘어 정쟁하다가도, 잘 관리된 꽃과 나무를 보면서 화합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한 기간제근로자 지난 22일 국회 본관 앞 잔디에 물을 주고 있다. 강한들 기자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한 기간제근로자 지난 22일 국회 본관 앞 잔디에 물을 주고 있다. 강한들 기자

국회 전체 면적 33만3750㎡ 중 조경이 필요한 면적은 약 15만3000여㎡다. 식물 130여종, 18만9000여주가 자라고 있다. 잔디광장의 잔디와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기념 식수,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 자라는 쟁반 모양 소나무 반송, 각종 행사가 열리는 사랑재 등 주요 지역 모두를 현장 근로자 27명이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 다수는 3월부터 12월까지 일한다. 3월 첫 출근을 하면 나무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입혀둔 피복을 해체하고, 막 자라기 시작하는 맥문동을 자른다. 지난겨울 미처 걷지 못했던 낙엽도 정리한다. 4~5월부터는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나무 모양과 생육을 고려해 가지치기를 하는 시기기도 하다. 여름에 비가 올 때는 “정리하고 돌아보면 다시 잡초가 많이 자라” 있을 정도로 잡초가 빨리 자라 일이 많다. 이날 국회 잔디광장 옆 야생화 화단에서 낫을 들고 쑥부쟁이 옆 잡초를 베고 있던 손씨는 “국회 곳곳을 돌아가면서 풀을 베려면 열흘에 한 번꼴로 할 수밖에 없다”며 “여름에 비가 자주 오고 하면 풀도 금방 허리 높이로 자라서, 항상 사람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근로자 이해춘씨(64)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근로자 이해춘씨(64)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가을이 되면 은행이 떨어져서 인도가 더러워질까, 은행 수집 장치를 설치한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면 잡초 성장도 더뎌진다. 그러면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낙엽 정리를 하면서 다시 나무들이 겨울을 날 수 있게 하기 위한 피복을 입히고 나면, 한해가 끝난다. 이씨는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잔디가 갈변되기 시작하고 잡초도 덜 자라기 시작한다”며 “겨울이 오기 전에 화분에 꽃양배추를 심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여름이 더워지면서, 식물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여름은 고비가 됐다. 손씨는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워서, 물을 아무리 줘도 금방 마르는 것 같았다”며 “물을 주는 것으론 감당이 안 됐다”고 했다. 이씨는 “여름은 덥고, 일도 많아서 겨울보다 더 힘들다”며 “그래도 폭염특보가 나오면 야외 활동을 멈춰서 과거보단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 근로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옆 소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강한들 기자

국회 시설과 조경팀 소속 기간제 근로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옆 소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강한들 기자

국회라는 상징적 장소에 조경 관리를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자부심이다. 손씨는 “자식들을 데리고 와서 ‘이거 엄마가 다 맨 거야’하고 자랑한 적도 있다”며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것도 2~3번 봤는데, 어디 가서 이런 것을 보겠냐”고 말했다. 이씨도 “시들시들해진 나무를 집중적으로 관리했을 때 활력을 되찾는 것을 보면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은 기쁨이 있다”며 “아침에 출근하면서 국회의사당과 잘 정리된 잔디를 보면 내가 관리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밝혔다.

이씨는 국회에 “정쟁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잘 관리된 환경을 보면서 평화롭고,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왼쪽, 오른쪽과 상관없이 국가가 잘 되는 방향으로 일해달라”고 요청했다. 손씨는 국회에 “기간제 노동자들은 점심값이 나오지 않아서, 돈 주고 식권을 사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며 “국회에 이 부분을 좀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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