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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ugust 19, 2026

“비급여 풍선효과, 정부선 알 수 없어…민간 데이터로 ‘지속가능한 의료’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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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삼성화재 장기미래가치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삼성화재 본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이정우 삼성화재 장기미래가치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삼성화재 본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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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문의로 보건복지부에서 8년 동안 의료정책을 다룬 의사는 왜 보험금을 지급하는 민간 보험사를 새 직장으로 택했을까.

올해 1월 삼성화재 장기미래가치연구소의 초대 소장이 된 이정우 소장은 지난 13일 한겨레와 만나 “복지부에서 근무하며 민간 데이터를 볼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며 “민간 보험사가 가진 비급여 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 한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의대 재학 시절부터 보건의료 정책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의료 현장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과 수련을 받고 감염내과 의사로 일했다. 이후 미국에서 보건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한 사람씩 치료하는 임상도 잘 맞았지만, 제도와 정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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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마친 뒤 컨설팅 회사에서 1년 반가량 일한 그는 2018년 민간경력자 5급 채용에 응시해 복지부로 자리를 옮겼다. 주요 부서를 거치며 건강보험과 의료기관 제도 등을 다뤘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특별입국절차와 전자출입명부용 큐알(QR)코드, 생활치료센터 도입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는 “‘보건의료 정책의 끝은 결국 복지부로 향한다’는 말이 있다”며 “정책을 직접 손에 묻혀가며 실행하고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의 끝’인 복지부에서도 ‘한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거대한 문제의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부 안에서는 비급여 항목이 의료 현장에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쓰이는지 알기 어려웠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행위는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구체적인 내역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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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 의료는 ‘높은 질’과 ‘폭넓은 접근성’, ‘낮은 비용’을 함께 누려왔다. 의료정책에서는 이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이를 ‘철의 삼각형’이라고 부른다. 한국이 이 세 꼭짓점을 한동안 함께 붙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구 프리미엄’이 있었다. 젊고 건강하며 소득이 있는 사람이 많은 고도성장기에는 이들이 낸 보험료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른 고령화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그가 “이제는 어떤 의료가 사람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 있는 의료’인지 사회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민간 데이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장은 도수치료를 예로 들었다. “복지부에 있을 때도 도수치료 관리 급여화로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은 했지만 어느 항목으로 옮겨갈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보험사에 오니 청구 데이터에서 신장분사치료 등 다른 비급여가 늘어나는 경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장분사치료는 근육을 편 상태에서 냉각스프레이를 분사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다. 의대 시절에는 배워본 적이 없어 그에게도 다소 생소한 치료법이라고 한다. 정부가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묶어 과잉 진료를 제한하려 하자, 일부 병원들은 유사한 비급여를 도입해 줄어든 수입을 메우는 방식으로 규제를 비켜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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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사 청구 데이터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두텁게 보장해야 할 ‘좋은 비급여’가 무엇인지도 보여줬다. 비용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로봇수술과 비급여 항암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런 치료를 건강보험이 더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한다고 본다. 위암 치료를 예로 들며 “과거에는 위를 넓게 절제했다면, 최근에는 내시경과 로봇수술을 함께 활용해 절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누군가는 돈이 없어 이런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다. 저는 그게 싫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표준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해 남은 선택지가 비급여 항암제뿐이라면, 환자와 가족은 큰돈을 들여서라도 그 가능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장기미래가치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1~2022년 유방암 진단 고객 가운데 직접 치료비가 5천만원을 넘은 사례는 1.2%였다. 이 소장은 “이미 의료비가 1억원을 넘어 실손보험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례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젠 옛말이 된 ‘집 팔아 암 치료한다’는 말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어떤 비급여를 사회가 더 보장하고, 어떤 비급여를 아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에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남용되는 의료 행태를 바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쓰일 수 있게 하는 게 그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이 소장은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에 삼성화재가 보유한 건강 데이터와 노하우를 더해 사회와 회사 모두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열네살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건강보험은 올해 1분기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어요. 4∼6년 뒤면 그동안 쌓아둔 준비금도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아이가 생긴 뒤에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데, 그저 비켜선 채 잘 먹고 잘살기만 한다면 아들에게 부끄러울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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