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재개 위한 트럼프의 첫 구제적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지시를 두고 미국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염두에 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구체적 조치’라는 데 주목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7일(현지시간) 화상 좌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열의를 여러 차례 밝혀온 것과 별개로, 이번 훈련 축소 지시는 “사실상 첫 구체적 조치”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당장 반응하지 않더라도 시간을 두고 북·미 대화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중·러라는 후견인을 확보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더 이상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밀어붙여도 별로 잃을 게 없는 만큼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제재 완화에 절박하지 않은 김 위원장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평판’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것 자체가 ‘지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의 이민영 선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긴 할 것”이라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요구했던 ‘헌법적 지위’, 즉 핵보유국 지위를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한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반복적으로 ‘미끼’를 던져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미 “핵무장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논의가 나오는 등 동북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훈련 축소 지시는 당장 한반도 안보 태세에 타격을 준다기보다는 심리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 석좌는 “트럼프 1기 때 훈련을 축소했을 때는 적어도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여겼고, 동맹에 큰 균열을 가져오지도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 북한의 군사 능력이 그때와 다른 수준으로 고도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 방위 공약 후퇴를 계속 시사해왔기 때문에 한국이 그때와 달리 훨씬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드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앞으로 북한을 달래는 시기와 무력으로 압박하는 시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구조가 될 텐데, 한·미가 얼마나 한목소리로 협력을 조율해갈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란 문제의 교착을 돌파하려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외부의 관심을 끌고 외교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라며 “조선(북한)과 이란 문제가 정책적 교착 상태에 빠진 데 대한 미국의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뤼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활용해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개인적 친분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영문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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