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색’ 찾아 걷기…스트레스 풀리는 산책법 ‘컬러워크’란?
내 주변의 풍경이 화려해지는 이 계절을 누릴 수 있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산책법 ‘컬러 워크’다. pexels
가을 산책이라고 하면 으레 단풍부터 떠올린다. 유명한 단풍 명소를 검색하고, 절정 시기를 확인하고, 가장 예쁜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이번 가을에는 조금 다르게 걸어보면 어떨까. 목적지를 정하는 대신 색 하나를 정하고 그 색을 찾아 걷는 것이다. ‘컬러 워크(Color Walk)’라고 부르는 산책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집을 나서기 전 오늘의 색을 하나 정한다. 빨강이면 빨강, 노랑이면 노랑이다. 그리고 걷는 동안 그 색을 찾아본다. 나뭇잎만 찾을 필요는 없다. 건물의 간판, 자동차, 벤치, 우체통, 사람의 옷, 꽃잎, 담장의 작은 장식까지 모두 대상이다.
컬러 워크는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시 인기를 얻은 산책 방식이다. 2025년 관련 콘텐츠가 소개된 이래 SNS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특정 색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식이어서 SNS와 잘 맞지만, 궁극적인 묘미는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주변의 색을 발견하는 데 있다.
가을에는 왜 컬러 워크인가
가을은 컬러 워크를 하기 좋은 계절이다. 초록 일색이던 나무가 연두, 노랑, 주황, 빨강, 갈색으로 변하면서 같은 길에서도 매일 다른 색을 보여준다.
특히 단풍 명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동네 공원이나 아파트 산책로, 집 근처 하천, 출퇴근길처럼 익숙한 장소가 오히려 좋다. ‘예쁜 곳’을 찾아가는 대신 평범한 곳에서 예쁜 색을 찾아내는 것이 컬러 워크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란색을 정하고 동네를 걸어보자. 처음에는 은행나무와 은행잎만 눈에 들어온다. 조금 지나면 노란색 표지판, 어린이집의 노란 장난감, 카페의 노란 의자, 누군가의 운동화가 보인다. 평소라면 한 번도 기억하지 않았을 것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컬러 워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찾아보기’에 있다.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컬러워크의 기록들. 각 인스타그램
색 하나가 정해지면 평범한 길이 달라진다
걷는 동안 한 가지 색을 찾는 것은 일종의 작은 관찰 게임이다. 평소에는 목적지를 향해 걷느라 보지 않았던 주변을 의식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마음챙김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현재의 감각과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다뤄진다. 컬러 워크 자체를 특정한 치료법으로 볼 근거는 부족하지만, 자연 속 걷기와 마음챙김에 관한 연구에서는 스트레스와 부정적 반추를 줄이고 정신적 웰빙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고돼 있다. 2024년 발표된 자연 속 걷기 연구에서도 자연 기반 걷기가 기분, 정신적 웰빙, 자연과의 연결감을 높이고 불안·스트레스·부정적 반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다만 연구 방법과 대상이 서로 달라 효과를 만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컬러 워크를 ‘스트레스 치료법’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걷는 동안 잠시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주변을 자세히 바라보게 하는 간단한 관찰법 정도로 생각하면 충분하다.
처음이라면 ‘초록’부터
처음 컬러 워크를 한다면 초록색이 쉽다. 나무와 풀, 이끼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에는 노랑이나 주황을 골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색을 너무 좁게 정의하면 오히려 피곤해진다. ‘노란색’이라고 정했다면 밝은 레몬색부터 은행잎의 누런 노랑, 겨자색까지 포함할 것인지 출발하기 전에 정한다. 색의 경계를 엄격하게 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파랑이나 보라처럼 자연에서 찾기 어려운 색을 고르면 평소와 다른 도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파란색을 찾다 보면 하늘보다 자동차, 간판, 버스정류장, 옷이나 생활용품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사진은 많이 찍지 말 것
컬러 워크를 하다 보면 예쁜 색을 발견할 때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게 된다. 하지만 사진 찍기에만 몰두하면 정작 산책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오늘의 색 사진 9장’ 정도로 제한해보자.
30분 동안 걸으면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9개만 찍는다. 집에 돌아온 뒤 3×3 형태로 배열하면 그날의 색으로 만든 작은 사진집이 된다. 일주일 동안 빨강·노랑·초록·파랑을 차례로 찍으면 나만의 ‘동네 색 지도’도 만들 수 있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드는 색을 발견하면 잠깐 멈춰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혼자보다 둘이 하면 더 재미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할 때는 각자 다른 색을 맡아보자. A는 빨강, B는 노랑, C는 초록을 찾는다. 같은 길을 걷는데도 각자의 사진첩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쌓인다.
아이와 함께한다면 색을 찾은 횟수를 세어도 좋다. ‘누가 더 많이 찾나’ 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경쟁이 싫다면 각자 가장 마음에 든 색 하나씩만 골라 마지막에 이유를 이야기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을 컬러 워크, 이렇게 해보세요
30분 코스라면 출발 전에 오늘의 색 하나를 정한다. 노랑, 빨강, 주황처럼 가을에 많은 색을 골라도 좋다. 첫 10분은 사진을 찍지 않고 색만 찾으며 걷는다. 같은 색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눈으로 관찰한다. 다음 10분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5개 정도 촬영한다. 나뭇잎뿐 아니라 인공물도 포함한다.마지막 10분은 ‘오늘 처음 발견한 것’을 세 가지 떠올리며 걷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찍은 사진 가운데 9장을 골라 하나의 콜라주를 만든다. 사진에 날짜와 장소만 적어두면 작은 가을 기록이 된다.
더 재미있게 하려면 ‘색의 온도’를 찾아보자
한 가지 색만 찾는 것이 익숙해졌다면 다음 단계도 있다. 그냥 ‘빨간색’ 대신 ‘따뜻한 빨강’을 찾아본다. 주황빛이 도는 단풍, 벽돌, 노을, 붉은 간판처럼 서로 다른 사물에서 비슷한 온도의 색을 찾아보는 것이다.
또는 ‘오늘의 가장 예상 밖의 색’을 찾는 방법도 있다. 초록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초록색 우산, 빨간색 산책을 하다가 만난 빨간 우체통처럼 ‘여기에 이 색이 있었네’ 싶은 ‘발견’의 의미를 담은 장면을 하나 고르는 것이다.
컬러 워크는 ‘예쁜 것을 찾는 산책’만은 아니다. 익숙해서 보지 않았던 것을 다시 보는 산책이다. 매일 지나던 길에서 노란색 하나를 찾아보는 순간, 평소에는 그저 ‘집으로 가는 길’이었던 골목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가을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단풍을 한꺼번에 바라보는 대신 빨강 하나, 노랑 하나, 갈색 하나씩 찾아보면 계절이 조금 더 오래 눈에 남는다. 자연의 ‘컬러 플레이’가 화려해지는 이 계절을 누릴 수 있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산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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