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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3, 2026

페트로나스, 말레이시아 남부에 CCS 허브…韓 탄소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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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최종투자결정·2030년 완공 목표
韓·日서 탄소 받아 해상 가스전에 영구 저장
저장 잠재량 133억t…한국과 CCS 협력 확대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 [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 [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가 상업 규모의 국경 간 탄소 포집·저장(CCS)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는 이르면 2028년 ‘남부 CCS 허브’의 최종투자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남부 CCS 허브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액화 이산화탄소를 공급받아 고갈된 해상 가스전과 염수 대수층에 영구 저장하는 사업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이르면 2031년부터 이산화탄소 주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경우 남부 CCS 허브는 아시아 최초의 ‘서비스형 CCS(CCS-as-a-Service·CCSaaS)’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자체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업 고객에게 이산화탄소 운송과 저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CCS는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운송한 뒤 지하 깊은 지층에 주입해 영구 저장하는 기술이다. 발전과 시멘트,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직접적인 배출 감축이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비용 부담이 큰 산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저탄소 생산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기까지 CCS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나스는 “CCS는 탈탄소화를 위한 전체 해법의 일부”라며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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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 경쟁력 앞세워 CCS 허브로

말레이시아가 역내 CCS 허브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지질 조건과 축적된 데이터, 지리적 입지가 꼽힌다.

먼저 수십 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하면서 생긴 고갈 해상 가스전을 탄소 저장시설로 재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페트로나스는 오랜 석유·가스 탐사 과정에서 방대한 지질·저류층 데이터도 축적했다. 이를 기반으로 저장 용량과 밀폐성, 저장 용지의 장기적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지진 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 조산대의 주요 지역에서 벗어나 있어 대규모 지진이 상대적으로 드물다. 유망 저장 저류층 상당수도 해저면에서 2000m 이상 깊이에 있다. 적절한 차폐층과 저장시설의 안정성, 장기 모니터링 등이 확보될 경우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데 필요한 지질학적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산업국과 가깝다는 점도 강점이다. 운송 거리가 짧아지면 액화 이산화탄소의 운송 비용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모두 줄일 수 있다.

글로벌 CCS 연구소가 현재까지 실시한 탄화수소 분지 평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이산화탄소 저장 용량은 약 133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 중 고갈된 석유·가스전과 염수 대수층에 걸친 저장 용량 약 24억 톤에 대한 검증과 실사를 거쳤다.

페트로나스 측은 “24억t만으로도 말레이시아 국내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하다”며 “더 많은 염수 대수층이 검증되면 저장 용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해외에서 상당한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일 잠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재 말레이반도 동쪽 파항주에 들어설 남부 CCS 허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쿠안탄항 인근에 액화 이산화탄소 터미널을 건설하고 고갈된 해상 가스전과 염수 대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페트로나스는 해당 프로젝트의 개념설계와 경제성 평가를 마치고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해상 운송부터 영구 저장까지 전체 과정에 대한 상세 엔지니어링과 비용 구조를 2026년 말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사업 여건이 보다 진전된 국경 간 CCS 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배출 기업을 위한 역량도 단계적으로 확보해 첫 최종투자결정을 준비한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허브는 2030년 완공된다. 이산화탄소 공급국의 의사결정과 규제 체계 등에 따라 이르면 2031년부터 주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페트로나스의 설명이다.

페트로나스는 남부 CCS 허브 내 해상 저장 용지 2곳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초기 저장량은 500만 톤 규모다. 추가 저장 용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해 2050년까지 말레이시아 전역의 연간 저장 능력을 4000만~8000만 톤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2025년 탄소 포집·활용·저장법’을 관보에 게재해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시행하는 등 상업적 CCS 개발을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포집부터 운송·저장까지…CCS 밸류체인 구축

국경 간 CCS 사업을 구축하려면 저장 능력뿐 아니라 산업 배출원과 말레이시아 저장 용지를 연결할 운송·포집 역량도 필요하다. 페트로나스는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2025년 6월 페트로나스 CCS 벤처스(PCCSV)와 MISC 버하드, 일본 미쓰이 OSK 라인즈는 합작회사 줄스 노티카를 설립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CCS 프로젝트에 투입할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개발하고 향후 직접 보유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6만2000㎥급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의 기본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해당 선박 설계는 2024년 12월 국제 선급·인증기관 DNV의 선박 적용 일반승인 인증을 받았다.

페트로나스는 첨단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카본스트라이크’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페트로나스가 개발한 ‘멤브레인 박스 컨택터(MBC)’로 산업시설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소형 모듈형 탄소 포집 기술이다.

MBC는 멤브레인을 통한 물질 전달과 자체 개발한 용매 흡수 기술을 결합해 높은 이산화탄소 포집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기존 포집 시스템보다 설비 공간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모듈형 구조로 다양한 산업시설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신규 시설뿐 아니라 공간이 제한적인 기존 시설에도 적합하다. 페트로나스는 카본스트라이크를 통해 확장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탄소 포집 기술의 보급을 가속화하고 CCS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남부 CCS 허브 사업이 진전되면서 탄소 포집과 액화, 압축, 모니터링 등 CCS 밸류체인 전반에서 기술·장비 업체와 엔지니어링 기업의 사업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통합 CCS 밸류체인은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이 많지만 국내 지질학적 저장 능력이 제한적인 한국과 일본에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CCS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다. 안정적인 국경 간 탄소 저장 서비스를 확보하면 에너지 안보나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산업계의 탄소 배출 감축을 가속할 수 있다.

페트로나스는 “역내 국가들의 목표와 정책 체계, 금융 구조가 전체적인 사업 개발을 뒷받침한다”며 “이는 인프라 규모 확대를 뒷받침하고 프로젝트 전반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국가가 사업에 참여해 프로젝트에 공급되는 이산화탄소 물량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 협력서 정부 공조로…韓과 CCS 협력 확대

페트로나스와 한국의 CCS 협력은 수년에 걸쳐 기업 간 공동 연구에서 산업 컨소시엄, 정부 차원의 정책 공조로 확대돼 왔다.

페트로나스는 2021년 12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 E&C와 말레이시아 내 CCS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탄소 포집과 운송, 저장 관련 기술과 사업 기회를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2022년 8월에는 한국 기업 6곳과 협약을 맺으며 협력을 확대했다. 삼성 엔지니어링(현 삼성E&A), 삼성 중공업, SK어스온, SK에너지, GS에너지, 롯데케미칼이 참여했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한국 산업시설에서 포집·집하한 이산화탄소를 선박으로 말레이시아까지 운송해 영구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중 한국 에너지·화학기업은 포집과 집하를 담당하고 삼성중공업은 해상 운송 전문성을 제공했다. 페트로나스와 SK어스온은 말레이시아 내 저장 용지 평가와 개발을 맡았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도 이산화탄소의 국경 간 운송과 저장을 위해 양자 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양측은 국내 규제와 국제 규범을 고려하면서 정부 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도 함께 발전해왔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2023년 ‘한-말 기후변화 대화’를 출범했다. 이후 국제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CCS 등을 논의했고, 지난해 8월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제3차 대화를 열어 정부 간 기후정책 협력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국경 넘어 운송해 말레이시아에 영구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상업적·기술적·규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페트로나스는 이를 토대로 한국 기업 및 정책당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아시아에서 선호받는 통합 CCS 솔루션 제공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페트로나스는 “오늘날 에너지를 책임감 있게 공급하는 것은 저탄소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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