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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0, 2026

[사설]피해자 죽음 뒤에야 바로 잡힌 경찰 부실수사, 더 이상 되풀이 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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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이 피해자인 10대 아르바이트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의 성폭행 사건 부실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안산 YWCA 제공

시민단체 회원이 피해자인 10대 아르바이트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의 성폭행 사건 부실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안산 YWCA 제공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을 공소청이 보완수사 끝에 재판에 넘겼다. 공소청은 디지털 포렌식과 의료 자문 등 다양한 수사 방식을 동원해 경찰의 ‘혐의없음’ 결론을 뒤집었다. 최종적인 유무죄는 법정에서 가려져야 하지만 같은 사건을 두고 경찰과 공소청 판단이 이렇게 달라진 건 초기 경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보여준다.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 형사2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아르바이트생(당시 19세)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40대 업주를 불구속기소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한 안산단원경찰서는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한 지 약 두 달 만인 지난 2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혐의없음) 처분했다. 불송치 통보를 받은 피해자는 사흘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은 주점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사건 전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내부를 오가고 서로 배웅한 장면 등을 들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만취한 사람이 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일정한 움직임을 보인 것만으로 성폭행 당시 정상적 판단과 저항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경찰은 피해자 대면조사를 단 한 차례만 실시했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해자 진술뿐 아니라 사건 전후 상황, 피해자의 상태, 관련 의료 정보 등을 종합 판단해 실체를 규명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도 한 번의 조사만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은 CCTV 원본 영상을 재분석해 범행 직전 점주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뒤에서 부축해 사각지대로 데려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다수의 참고인 진술과 피해자의 혈액·소변 감정 결과, 의료 자문 등을 종합해 당시 복용중이던 약과 알코올 섭취가 겹쳐 피해자가 걷기 어려울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입증했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피해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경찰 수사 관행의 심각한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은 당초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어떤 증거와 절차를 놓쳤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할 기회도 없다. 경찰 수사 자체가 보다 정밀하고 철저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실질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성폭력 수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사 과정의 성인지 감수성도 높여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죽음으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야 일이 다시는 되풀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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