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죄와 벌]아이스크림 훔쳤다가 징역형…발달장애인은 왜 계속 법정에 서나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발달장애인 A씨는 지난해 7~9월 서울 영등포구와 동작구 일대의 무인 매장에서 11차례나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과자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모습은 그대로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아이스크림 1개 600원, 과자 1개 1400원… 훔친 물건의 금액은 합쳐서 1만원 남짓이었다.
A씨는 심한 지적장애가 있었다. 잘못도 인정했다. 그러나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반복 피해를 본 점주는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판사는 A씨가 최근 수년간 절도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많고 범행 당시에도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판사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징역형을 선고하면 개선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통계를 보면 가능성은 낮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단비뉴스 취재팀이 지난해 발달장애인이 피고인으로 나온 1심 판결문 622건을 전수분석해보니, 피고인 637명 중 같은 범죄 전과가 있는 비율은 45.2%로 절반에 육박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24년 경찰청 범죄통계의 검거인원 대비 동종 범죄 전과자 수로 추산한 재범률이 13.4%인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높은 셈이다.
판결문에서 확인한 발달장애인 범죄 중 가장 흔한 것은 절도죄(21.4%)였고, 그중 A씨 같은 10만원 미만 소액 절도가 30%를 차지했다. 전체 피고인 10명 중 3명꼴(30%)로 징역형 실형을 받아 처벌은 가볍지 않은 편이었다. 발달장애인 변호 경험이 있는 손영현 전 국선전담변호사는 “범죄 인식과 판단이 비장애인과는 달라 처벌·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재범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포괄해 일컫는 말이다. 2025년 기준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8만명으로 추산된다. 발달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다른 조건 때문에 범죄로 오해받기 쉬운 행동을 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조직적 사기에 연루되기도 한다. 경제적 어려움도 그들을 범죄 유혹에 빠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수사기관에 입건됐을 때 조력을 받거나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처벌 이후 재사회화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와 경제난 겹쳐…30%가 소액 절도
판결문에서 확인한 발달장애인 범죄 중 가장 많았던 유형은 재산범죄로 전체의 37.8%(241명)였다. A씨와 같은 절도범죄가 136명으로 제일 흔했다. 그중 92명(67.7%)이 벌금형 이상 절도 전과가 있었다. 법원은 재범이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징역형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 지적장애인은 빵과 틴트 등을 10차례 넘게 훔쳤다가 동종 전과가 여럿이며 형 집행 종료 뒤 3년 이내인 누범 기간에 범행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발달장애인 피고인 중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전체의 30%(191명)에 달했다. 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을 받은 이도 110명(17.3%)으로 적지 않았다. 절반 가까운 인원이 실질적인 형벌로 다스려진 것이다. 강한 처벌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민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인지 및 판단 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부족하기에 치밀한 계획범죄보다는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절도범죄가 많다”고 말했다.
경제난도 겹쳐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취업자는 29.8%로,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같은 해 전체 고용률(62.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발달장애인 가구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 비율은 41.4%에 이른다. 2024년 기준 전체 가구 중 수급률이 5.2%인데 8배나 높다.
발달장애인의 절도범죄 중 10만원 미만 소액 절도가 30.6%(41명)였다. 지난해 3월엔 전남광주 서구의 한 시장에서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한 지적장애인이 커피믹스와 호두과자 한 상자씩을 훔쳤다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나와 노숙 생활을 하던 한 중증 지적장애인은 슬리퍼와 음료수 등을 5차례 훔쳤다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손영현 전 국선전담변호사는 “교육이 병행되지 않는 한 (실형의) 재범 방지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사회와 분리되어 적응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수감자의 범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년범과 비슷한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정서적으로 지원해야 재범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을 통해 재범을 막는 장치는 비장애인에 비해서도 미흡하다. 지난해 판결문에서 발달장애인 성범죄 피고인은 197명(30.9%)으로 재산범죄 다음으로 많았지만, 법원에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은 이는 그중 62.4%에 그쳤다. 성평등가족부 여성폭력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성범죄자 중 치료 프로그램이 부과된 사람은 95.5%였는데,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재판부가 발달장애인이 교육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판단하고 부과하지 않은 이유가 컸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거나(전주지법), “지적장애인으로서 (중략)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광주지법 목포지원)는 식이다.
2022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펴낸 ‘지적장애 피고인의 형사사법절차상 처우에 관한 연구’에선 발달장애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많게는 30명 넘는 인원이 한 강의실에서 장시간 수강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수연 변호사(법조공익모임 나우)는 “성적인 의사보다는 호의의 표현으로 일종의 의사소통을 했다가 성범죄로 입건된 뒤, 나중에 인권단체 활동가 분들의 말을 듣고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등 조직 사기범죄 연루되기도
서울의 한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발달장애인 B씨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단비뉴스 한관우
발달장애인들은 조직적 사기범죄의 ‘손발’로 이용되기도 한다. 중증 지적장애인 B씨(36)는 2018년 한 배송업체로부터 구인 광고 문자를 받았다. 당시 무직 상태로 고시텔에서 지내던 그는 의심 없이 지원했다. 카카오톡으로 오는 지시에 따라 만난 사람에게 통장과 신분증 등을 받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뽑아 지정 계좌로 송금했다. 건당 7만~8만원을 받으며 일한 지 한 달 무렵, 은행 ATM 코너에서 입금을 마치고 나오던 그는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서울의 한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만난 B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야 일을 시킨 사람이 중국의 범죄 조직원이며, 내가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됐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B씨는 “교도소에서 나처럼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돼서 온 발달장애인을 서너 명 봤다”고 했다.
판결문에서 B씨와 같이 조직적 사기범죄에 연루된 발달장애인 36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중 보이스피싱이 25명(69.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이들은 모두 피해자를 대면해 돈을 걷는 수거책, 계좌에서 돈을 찾아 옮기는 전달책이었다. 발달장애인들은 건당 10만원 정도를 준다는 유혹에 넘어가 가장 검거되기 쉬운 역할을 맡다가 덜미를 잡혔다.
법원은 조직적 사기범죄 연루 발달장애인 중 상당수인 25명(69.4%)이 범죄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일부만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능지수 49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지능을 지닌 한 2급 지적장애인은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합법적인 업무”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현금 전달책을 계속하기도 했다. 제대로 변호받기도 어렵다. 손 전 국선전담변호사는 “보통 조직의 변호인이 발달장애인 피고인까지 변호하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진술을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없이 재판도 28명…겉도는 방어권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재판의 당사자가 된 경우 보호자 등 신뢰관계자가 동석해 도울 수 있게 하고 있다. 훈련받은 전담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발달장애인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소 중인 발달장애인 127명을 조사한 결과 신뢰관계자의 조력을 받은 사람은 27명(21%)뿐이었다. 전담 검사 및 경찰관 제도의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전담 검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89명뿐이다. 전담 경찰관은 올해 4월 기준 1만2427명이지만, 2시간짜리 인터넷 강의와 하루치 대면 교육만 수강하면 자격을 얻는다.
2018년 B씨가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됐을 때 그를 담당한 건 일반 경찰관과 검사였다. 이후에도 다른 범죄로 세 차례 더 수사를 받았지만, 전담 경찰관이 배정된 건 한 번뿐이었다. 그마저도 B씨가 먼저 요구해 이뤄졌고, 실제 조사는 일반 수사관이 진행했다. B씨는 “전담 수사관은 그냥 앉아 있거나 커피 마시고 왔다갔다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담 검사를 본 적도 없고, 신뢰관계자가 동석한 적도 딱 한 번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판결문을 보면 변호인 없이 재판받은 발달장애인도 28명(4.4%)이나 됐다. 형사소송법 제33조는 피고인에게 ‘심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때’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임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미비한 방어권 보장은 과도한 처벌이나 권리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2024년 12월 길에서 주운 신용카드로 PC방 등지에서 약 13만원을 결제했다가 붙잡힌 한 지적장애인은 비교적 가벼운 범행임에도 2개월간 계속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손영현 전 국선전담변호사는 “발달장애인들은 조사가 무서워 출석 통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락을 계속 받지 않으면 구속 기소된다”며 “장애 특성을 고려해서 접근하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지적장애인 2명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2인 이상이 합동으로 절도를 저질렀다며 가중 처벌되는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기소유예로 마무리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절취가 고의적이었는지, 두 사람이 형법상 합동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조사 과정에서 조력과 편의가 제공됐는지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완전 폐지되면 발달장애인들이 방어권을 보장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사무국장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피의자의 장애 여부조차 파악되지 못했다가, 기소 단계에 이르러서야 검찰에서 장애 여부가 뒤늦게 확인되는 일이 이제껏 반복됐다”며 우려했다.
범죄 전력을 반성한다는 B씨는 현재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한다. 최근에는 로맨스스캠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인 내담자의 경찰 신고를 돕고, 조사에 동행하기도 했다. 무엇이 개선되길 바라냐는 물음에 B씨가 답했다. “죄를 저질러도 벌을 안 받겠다는 게 아니에요. 벌은 받되, 억울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재범 ‘0건’… 부산이 찾은 답 ‘개별 맞춤형 교육’
김민경 부산장애인복지관협의회 사무국장이 PSRP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비뉴스 김성경
부산은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부산지검과 부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 부산장애인복지관 등은 2020년부터 업무협약을 맺고 ‘범죄 가해·피해 장애인을 위한 개별 맞춤형 재범방지 지원’(PSRP) 사업을 진행 중이다. 5년간 모두 100명의 범법 발달장애인이 지원을 받았는데, 교육 6개월과 1년 뒤에 확인한 결과 재범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PSRP의 가장 큰 강점은 집합교육이 아닌 일대일 맞춤형 교육이라는 점이다. 검사가 발달장애인 피의자에 대해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를 결정하면 대상자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거쳐 지역 장애인복지관으로 연결된다. 대상자는 1회에 40~50분씩, 10차례에 걸쳐 일대일 교육을 받는다. 부산대 특수교육과와 장애인복지관이 협력해 만든 자체 교육 매뉴얼에 따라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자료를 교육에 활용한다.
부산시는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올해 지원 인원을 기존 20명에서 40명으로 확대하고 예산도 두 배로 늘렸다. 김민경 부산장애인복지관협의회 사무국장은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대체 행동을 알려주는 게 PSRP 교육의 큰 틀”이라며 “예를 들면 다른 사람 물건은 어떤 것이든 줍게 되더라도 그 자리에 두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부산장애인복지관협의회 사무국장이 PSRP 매뉴얼을 펼쳐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다. 단비뉴스 김성경
현재 전국 20여개 고검·지검에서도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피의자가 교육을 성실히 이수하면 사건은 불기소로 종결한다. 다만 현재 공식 법 규정이 없어 개별 검찰청과 검사의 재량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김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은 PSRP처럼 일대일로 깊이 있게 교육하지는 않는다”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데 지원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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