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신압록강대교 건넌 김정은···‘북·중 우호 과시용’ 무게, 트럼프 회동 포석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22일과 23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 대회를 주재하고 ‘새 시대 강군건설과 중대장들의 임무’에 대해서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사망설이 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일(25일)을 계기로 양국 우호를 과시하려는 행보라는 해석과 함께,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접촉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 이후 1년 1개월 만의 방중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전용차로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리창 국무원 총리가 단둥으로 가 김 위원장을 맞았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단둥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방문이 항미원조 기념일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더빈 중국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중국에서는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며 “비공식 방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이 북한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당일 이뤄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22~23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대회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망설이 퍼졌던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 보도에 이어 곧바로 해외 방문에 나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중 우호 과시…신압록강대교 건너 ‘교류 확대’ 신호
우선 이번 방중은 참전 기념일을 계기로 북·중 우호를 다지고 교류·협력 확대 의지를 보여주려는 행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최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이용한 것도 양국 간 교류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로, 총길이 3026m의 교량이다.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미비 등으로 개통이 미뤄지다 지난 15일 공식 개통했다. 개통 아흐레 만에 김 위원장이 다리를 건너면서 북·중 간 새로운 교역·왕래 통로가 부각됐다.
양무진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근 개통한 다리를 직접 이용한 것은 앞으로 북·중 교류·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다리 위로는 차량과 사람이, 아래로는 선박이 오갈 수 있게 만든 만큼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예고하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잔더빈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개통식에는 오지 않았지만 이번에 직접 차로 건너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 다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라며 “적어도 김 위원장 본인 의지가 반영된 방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측에서 리창 총리가 영접에 나선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리 총리는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2위로, 국무원을 이끌며 경제 정책을 총괄한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식에서도 영상 축사를 통해 통관 절차 개선과 접경지역 협력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조중(북중) 두 나라 정부와 인민들의 기대와 관심속에 ‘조중압록강다리’ 개통식이 15일 현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개통식에는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화상으로 축하발언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우호조약 65주년에 신압록강대교 개통까지 맞물린 만큼 이번 방중은 우호·협력 관계를 다지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양 전 총장 역시 “리 총리와의 만남은 지난 6월 시 주석 방북 때 양 정상이 합의한 사안에 대해 중국이 속도를 내고 폭을 넓혀 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신압록강대교로 들어갔다는 것은 북·중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는 의미”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북한도 혼자 버티기 쉽지 않은 만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미 정상회담 포석 가능성도…“과거에도 회담 앞두고 방중”
또 다른 가능성은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접촉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한 사전 협의다.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18~19일 선전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언급해 온 만큼, 북한이 중국과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것은 선례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네 차례 중국을 찾았다. 2018년 3월 첫 방중으로 시 주석과 처음 만난 뒤, 5월 다롄에서 다시 회동했고,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베이징을 찾았다. 2019년 1월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을 한 달여 앞둔 2019년 1월에도 중국을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양 전 총장은 “2018~2019년에도 김 위원장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상당 부분 소통했다”며 “김 위원장이 다리 개통식에도 나오지 않았는데 참전 기념행사 하나 하러 갔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차원이겠지만, 북·미 간 접촉에 대비한 사전 조율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향후 동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베이징이나 APEC 개최지인 선전까지 이동할지에 따라 방중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홍 위원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이나 선전까지 가는지 동선을 봐야 한다”며 “시 주석과 일대일로 만나거나 APEC이 열리는 선전까지 간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조율 성격이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기념행사만 하고 끝난다면 북·미가 만날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조 위원 역시 “북·미 관계는 북·중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모종의 사전 조율을 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둥 일정에 그치더라도 북·미 접촉의 문이 닫히는 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양 전 총장은 “단둥에서 리 총리만 만나고 돌아간다 해도, 선전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경우에 대비해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요청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위원도 “이벤트성 방문으로 끝나도 중국이 APEC에 초청할 수 있다”며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옵서버(회의에 정식 회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참관하는 자격 형식) 등으로 오라고 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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