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망각한 시대착오”···정부, 광복절 일본 야스쿠니 행보에 강력 항의
광복절인 15일 도쿄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81주년 기념 행사에서 방문객들이 일본 국기와 욱일기를 들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광복절인 15일 일본 정치권 인사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했고, 국방부도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을 불러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하는 등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국 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국방부도 일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했다. 김학조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나가요시 다케시 주한일본방위줒관을 불러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 국제정책관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개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일 양국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광복절인 15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을 맞아 정치권 인사들의 야스쿠니 신사 관련 행보가 이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을 봉납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을 비롯한 현직 각료와 집권 자민당 핵심 인사들도 잇따라 신사를 찾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이 벌인 각종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6000명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시설이다. 특히 태평양전쟁 당시 총리를 지낸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참배와 공물 봉납이 있을 때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번 야스쿠니 관련 행보는 이재 대통령이 이날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 가운데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60년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한·일 관계의 빛은 역사의 그늘 속에서 여전히 아픔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께 따뜻한 온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광복절 당일 일본 지도급 인사들의 야스쿠니 관련 행보에 잇따라 항의한 것은 한·일 간 경제·안보 등 실질적인 협력은 이어가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성찰과 책임 있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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