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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26, 2026

쓰다듬고 눈 맞추는 물범 인형…21년 된 돌봄로봇 ‘파로’는 왜 사랑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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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인들이 파로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시바다 다카노리 제공
일본의 노인들이 파로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시바다 다카노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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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듬고 눈 맞추는 정서로봇 ‘파로’
강화학습 원리 적용 ‘체화 인공지능’

“인지증 환자 등 불안·외로움 완화”
2005년 출시…50여개 국가서 도입

“의사소통 능력·사회성 향상 도움
첨단기능 추가? 현재 수준으로도 충분”


‘아톰의 나라’ 일본은 에도 시대부터 기계장치 인형(가라쿠리)이 등장했을 정도로 로봇에 친근감을 느끼는 문화적 토양이 두텁다. 지난달 12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역세권인 신주쿠에 있는 한 대형 백화점에도 ‘로보스틱스 스튜디오’라는 대규모 반려로봇 편집숍이 들어서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라봇토’(LOVOT)가 귀엽고 세련된 차림새를 뽐내며 매장을 돌아다녔고, 진열대엔 다양한 제품이 놓여 있었다. 탁상시계처럼 생긴 대화 로봇 ‘로미’,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감정 표현 전용 로봇 ‘포케토모’, 전화 기능을 겸한 ‘로보혼’, 음성·문자 메시지 전담용 ‘보코 에모’, 반려동물을 연상시키는 ‘로봇펫’, 털뭉치처럼 꼬물꼬물대는 ‘모플린’ 등 기능과 크기, 가격도 다양했다.

도쿄 신주쿠 근처 백화점에 전시된 반려로봇들. 왼쪽부터 라봇토(LOVOT), 로미, 포케토모. 한귀영 소장 hgy4215@hani.co.kr
도쿄 신주쿠 근처 백화점에 전시된 반려로봇들. 왼쪽부터 라봇토(LOVOT), 로미, 포케토모. 한귀영 소장 hgy4215@hani.co.kr

매끈한 최신 제품들 사이에서 인큐베이터 속 아기처럼 눈을 꼭 감고 있는 물범 인형을 마주쳤다. 2005년 출시 이래 전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돌봄로봇, 파로였다. 안아봤다. 품 안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흰 털을 쓰다듬자 천천히 눈을 떴다. 기다란 속눈썹 아래 검은 눈동자가 영혼을 빨아들일 듯 반짝였다. 파로는 지난해 일본 정부로부터 인지장애 돌봄지원 기기 1호로 인정받았고, 미국·유럽 등지에선 인지증 등의 치료에 쓰이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홍수 속에서도 돌봄로봇의 원조라는 위상을 유지하는 비결을 알기 위해 ‘파로의 아버지’를 인터뷰했다. 지난달 16일 로봇공학자 시바타 다카노리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상급주임연구원(파로 제작사 ㈜지능시스템 기술담당 이사)을 화상으로 만나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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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다 다카노리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상급주임연구원이 본인이 개발한 파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시바다 다카노리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상급주임연구원이 본인이 개발한 파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 파로의 기술적 특성을 설명해달라.

“현재 판매되는 파로는 9세대 모델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과 목소리를 구분하는 마이크로폰, 촉각·광학·온도 센서가 있다. 몸체 안에는 소리 없이 움직이도록 특수 제작한 구동 장치가 있어 고개와 눈꺼풀, 앞뒤 지느러미를 움직인다. 파로는 센서·몸체·반응이 결합된 ‘체화 인공지능’(embodied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강화학습의 원리가 적용됐다. 이름을 붙여 계속 부르면 그 이름에 반응하고,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쓰다듬기 같은 긍정적 피드백이 돌아오면 그 행동을 자주 하도록 학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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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로를 안아보니 정말 포근한 느낌을 주더라.

“기계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 파로가 만들어지는 도야마현 난토시는 예로부터 종이·목각·견직물 등의 공예가 발달한 지역이다. 파로는 장인정신의 전통을 계승해 한대 한대 모두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얼굴과 표정이 조금씩 다르다. 디자인과 예술성을 높게 평가받아 유럽 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됐고, 현재는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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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로가 사람들에게 어떤 실질적 도움이 되는가?

“동물은 스트레스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만 알레르기·감염·관리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어 그 대안으로 파로 연구를 시작했다. 자, 파로를 안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봐라(그는 요양원의 100살 된 할머니가 파로를 안고 있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어떤 사람들은 파로를 쓰다듬고 닦아주면서 자신이 뭔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을 느낀다. 또 파로를 매개로 하면 여러 가지 대화가 가능해진다. 음식을 거부하는 이에게 ‘파로가 식사를 하자고 해요’라고 말하면 훨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의료기기로 인정받는다는 건 차원이 다른 것 같다. 파로는 가격(49만5천엔)도 만만치 않다.

“일본 안팎의 임상 사례와 무작위 대조시험, 메타분석 등에서 치료적 효과가 확인됐다. 통증·우울·불안·외로움·불면을 개선하고, 흥분·떨림 억제에 도움이 된다. 보행·삼킴·언어 등 재활치료에 쓰이고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킨다. 무엇보다 부작용과 의존성이 있는 약물의 투약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선 우울·불면증 환자에게 ‘3개월간 매일 파로를 20분씩 이용하라’는 식의 처방을 내리고, 그 비용은 공적 의료보험에서 상환된다. 일본에선 고령자 시설에 파로를 도입할 때 비용의 75%를 보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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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한 백화점에 전시돼 있는 파로. 한귀영 소장
도쿄의 한 백화점에 전시돼 있는 파로. 한귀영 소장

― 앞으로 파로에 어떤 기술적 개선이 가능할까? 가령 파로가 ‘약 먹자’, ‘목욕하자’ 같은 말까지 한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재 파로는 센서의 수와 종류, 컴퓨팅 성능, 사용 편의성 등 여러 요소 사이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다른 기능을 추가하면 매력적일 수는 있지만 가격이 오르거나 고장이 더 잦아질 수 있다. 파로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이미 그 치료적 효과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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