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나르고 생계 위해 촬영하고 잔해서 보드 부품 찾고…가자 스케이트클럽 지키는 알리피의 감동실화
알리피가 보드를 고치고 있다. 가디언
스케이트보드가 부러지면 새것을 살 수 없다.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다. 결국 폭격으로 무너진 집 잔해를 맨손으로 뒤져 남아 있는 보드를 찾아내야 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에게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치는 라자브 알리피(30)의 일상이다.
알리피는 지난 10년간 남녀 어린이들에게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쳐 온 ‘가자 스케이트클럽’의 지도자다. 가디언은 25일 전쟁 속에서도 스케이트보드를 이어가고 있는 알리피와 가자 어린이들의 일상을 소개했다.
그에게 하루의 시작은 스케이트보드가 아니라 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이 사용할 물과 식수를 구하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알리피가 사는 곳은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이른바 ‘옐로 라인’에서 약 30m 떨어져 있다. 위험 때문에 급수차가 가까이 들어오지 않아 생활용수는 일주일에 한 차례 정해진 시간에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알리피가 잔해 위에서 보드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
물을 가져온 뒤 가족과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준다.
전쟁 전에는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치는 것이 주된 일이었지만 현재 관련 활동이 크게 줄면서 사진 촬영 일을 병행하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자 스케이트클럽의 상황도 알린다.
오후가 되면 다시 스케이트보드를 챙긴다.
문제는 탈 수 있는 보드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자 알리피는 자신이 지도하던 어린이들에게 스케이트보드 장비를 나눠 보관했다. 그러나 이후 일부 주택이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안에 있던 장비도 함께 사라졌다. 남은 장비도 계속 수리해 사용했다. 데크와 부품을 고치고 또 고쳤지만 마모가 심해지고 교체할 부품도 없어지면서 한계에 이르렀다.
알리피가 잔해 속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고 있다. 가디언
몇 달 전에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보드마저 부러졌다. 알리피는 과거 장비를 맡겼던 아이들에게 연락해 무너진 집 안에 스케이트보드가 남아 있는지 물었다. 일부가 남아 있다는 답을 듣자 직접 잔해를 뒤졌다. 불발탄이 있을 가능성까지 있었지만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쳤고 결국 몇 개의 장비를 찾아냈다. 현재는 이를 수리해 어린이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연습 장소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해외 친구들의 도움으로 직접 만든 스케이트파크가 있었지만 현재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텐트가 들어섰다. 선수들은 YMCA 안뜰이나 항구 주변의 남은 공간, 파손된 건물 옥상 등을 찾아다니며 연습한다. 때로는 잔해 사이에서 묘기를 연습하고 빈 미사일 탄체 위에 보드를 올려놓고 기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알리피는 “지금은 어려운 기술보다 간단한 동작을 한다”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고 가자에 스케이트보드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 아이들이 보드를 타면서 웃고 있다. 가디언
스케이트클럽에는 약 40명의 어린이가 모이기도 한다. 두 어린이가 보드를 땅에 내려놓은 뒤 올라타 180도 회전하는 기술을 시도한다. 제대로 착지하지 못해도 다시 웃으며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알리피에게 가장 힘든 일은 함께 훈련했던 어린이들을 잃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가 수년 동안 꿈꾸고 만들었던 집과 스케이트파크도 잃었다”며 “꿈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을 때 전쟁이 찾아와 모든 것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못하던 시기에는 자신의 삶도 달라졌다고 했다. 이전보다 예민해졌고 주변 상황을 견디기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계속 구하고 어린이들이 탈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알리피가 아들과 거리를 걷고 있다. 가디언
저녁이 되면 다시 가족에게 돌아간다. 폭격과 항공기 소리가 이어져 잠들지 못하는 날도 많다. 어린 자녀들이 불안해하면 “폭격은 멀리 있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달랜다.
알리피는 자신의 역할을 스케이트보드 기술을 가르치는 데만 두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이 전쟁에서 보고 겪은 일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이라도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동시에 가자에서 스케이트보드가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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