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약 냄새에 푸른 광맥 '반짝'…32년 만에 깬 영월 상동광산

갱도에 다시 울리는 굉음…자외선에 드러난 '푸른 보석' 텅스텐
핵심광물 확보전 속 부활…1단계 정광 90% 이상 미국 공급계약
국내 제련시설 투자·광미 처리는 과제…쇠락한 광산촌 재도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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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재현]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32년간 잠들었던 강원 영월 상동광산이 깨어나고 있다. 멈춰 섰던 갱도에는 다시 기계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미·중의 전략광물 확보 경쟁 속에 핵심광물 공급망의 거점으로 주목받는 상동광산을 지난 21일 찾았다.
안전모와 장화, 작업복을 갖춰 입고 '알폰스-D 2016' 갱구로 들어섰다. 대한중석 시절의 옛 갱도 외에 2016년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알폰스와 몬티 두 갱도를 새로 뚫었다. 두 갱도의 굴진 길이는 총 5.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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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재현]
폭과 높이가 각각 5m인 갱도 천장에는 환기시설과 전력·통신 케이블이 이어졌다.
차를 타고 깊숙이 들어가 폭 3m 안팎의 막장에 닿자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불과 1시간 전 발파 작업이 있었다는 설명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헤드랜턴을 끄자 막장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발파로 쪼개진 암석에 자외선램프를 비추는 순간 푸르스름한 빛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돌덩이 속에 숨어 있던 텅스텐 함유 광물인 회중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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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재현]
변승민 알몬티대한중석 부총괄은 "텅스텐 광맥은 덩어리가 아니라 얇은 층을 이룬다"며 "광맥의 방향과 두께를 확인하며 정교하게 발파하고 채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하루 평균 4∼5차례 발파하지만 연간 원석 64만t을 처리하려면 하루 10차례가량 발파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본격 채굴 이후 네 곳의 야적장에 쌓인 원석만 16만8천t에 달한다.
캐낸 원석은 야적장을 거쳐 선광공장으로 향한다. 파쇄설비에서 10∼20㎝ 크기로 쪼개진 뒤 컨베이어를 타고 분쇄설비로 옮겨진다.
커다란 원석을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가루로 갈아 광물을 분리하고 탈수·건조하면 산화텅스텐 함량 65%의 정광이 된다.
이렇게 생산된 정광은 1t짜리 대형 자루에 담겨 선광공장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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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재현]
◇ 외화벌이 광산에서 세계 전략광물 공급기지로
상동광산은 한국 산업화의 한 축이었다. 1950∼1980년대 텅스텐 수출로 외화 획득에 기여했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와 국제 가격 하락으로 1994년 문을 닫았다.
1972년 2만3천462명이던 상동읍 인구는 지난 21일 기준 989명까지 줄었다. 광산의 쇠락이 마을의 쇠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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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32년 만에 광산을 깨운 것은 세계적인 전략광물 확보 경쟁이다. 텅스텐은 열에 강하고 단단해 반도체·항공우주·방위산업·절삭공구 등에 쓰인다.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국 등 주요국은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강원도에 따르면 상동광산의 추정 광석 자원량은 5천800만t, 산화텅스텐 평균 품위는 0.43%로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텅스텐 국제 가격이 올해 초 한때 전년보다 5배 이상 치솟았다"는 변 부총괄의 설명은 갱도에서 마주한 '푸른 보석' 텅스텐의 가치를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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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몬티대한중석은 10여년간 2천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갱도와 선광시설을 구축했다. 1단계로 연간 원광 64만t을 처리해 정광 2천300t을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광물 추출 후 남는 찌꺼기인 광미를 갱도에 되메우는 '백필' 공법의 안전성 확보 등 후속 절차가 연말까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서 캐낸 텅스텐, 첫 공급처는 미국
그러나 광산 재가동이 곧바로 국내 텅스텐 자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알몬티대한중석은 미국 소재 텅스텐 가공업체 GTP와 21년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물량은 1단계 정광 생산량의 9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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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재현]
생산 물량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국내 정광 가공 기반이 부족한 점도 있다.
변 부총괄은 "생산량을 늘리고 산화텅스텐 공장까지 건설해 국내 공급망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선광공장에는 추가 생산라인을 설치할 공간도 확보해 뒀다. 2단계 증설로 정광 생산량을 연간 4천∼5천t으로 늘리고 추가 물량을 국내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캐낸 전략광물이 한동안 해외로 나가는 구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에서 텅스텐 정광을 생산하고도 정작 산업 현장에 필요한 가공 소재는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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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재현]
영월군은 텅스텐을 정부의 '10대 전략 핵심광물'에 추가하고 국내 제련·가공시설 구축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상근 영월군 전략산업과장은 "광산에서 대량 발생하는 부산물을 건설자재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의 힘만으로 산업 기반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동광산 재가동이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다만 광산의 부활을 실제 일자리와 인구 증가, 상권 회복으로 연결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32년 만에 다시 깨어난 상동광산. 칠흑 같은 갱도에서 반짝이던 '푸른 보석' 텅스텐이 한국의 자원안보는 물론 쇠락한 광산촌의 미래까지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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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몬티 대한중석 제공]
j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4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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