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내란이었나, 누명이었나…다시 심판받는 ‘10·26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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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10·26 사건’이 26일로 47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를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란목적살인 혐의에 대한 법원의 재심 선고가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이번 재심을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결부시켜 “김재규를 영웅 만들어주려는 것”이라는 야당 의원의 비판이 나왔다. 반면 김 전 부장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군사재판이 씌운 ‘내란 목적 폭동’이라는 굴레를 벗겨내고 실체적 진실을 다시 규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전히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10·26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된 재심 공판의 핵심 쟁점은 김 전 부장의 행위를 ‘내란 목적 폭동’으로 볼 수 있는지다. 당시 대법원은 김 전 부장이 ‘국가 헌정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는 내란을 목적으로 대통령을 살해했다며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 수괴 미수 혐의를 인정했다. 김 전 부장은 “유신 독재 종식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법정에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 변호인단은 김 전 부장이 구상한 ‘혁명위원회’가 새로운 군사정권을 세우려 한 것이 아니었다며 ‘내란 목적 부재’를 집중적으로 변론해왔다. ‘김 전 부장이 기존 헌법기관 대신 혁명위원회를 구상해 권력을 장악하려 했다’는 원심 판단을 두고 변호인들은 “사태 수습을 위해 혁명위원회를 구상하되 기존 국가조직과 헌법 절차를 따른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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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혁명위원회의 성격을 두고 변호인단과 정반대 판단을 내놓으며 항소 기각을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부장과 김계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법정 진술 등에 비춰 봐도 대통령 시해 후 계엄을 선포하고 혁명위원회를 구성해 헌법기관을 제압하려 한 사실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김 전 부장의 행위를 내란 목적의 폭동으로 판단한 기존 판결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1980년 당시 대법원에서도 다수의견(8명)과 달리 대법원 판사 6명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반 살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원 판사들은 판결 뒤 사표를 냈고, 양병호 당시 대법원 판사는 보안사에서 고문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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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의 재심 선고기일은 오는 12월16일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망 다음날 공포된 계엄포고령이 위헌·위법하다’는 기존 판례를 준용해, 당시 군사재판이 무효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내란 혐의에 관한 실체적 판단은 빠질 수 있다. 다만 유족 쪽이 범행 목적과 동기에 대한 법적 판단을 거듭 호소해온 만큼, 재판부가 실체적 판단까지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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