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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26, 2026

봄 주꾸미는 ‘노년’…진짜 제철은 외투 꺼낼 때 [제철과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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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꽉 찬 봄 주꾸미가 제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주꾸미가 한창 자라며 살이 오르는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오히려 제철이라고 김진영 식품 상품기획자는 말한다. 사진은 주꾸미 샤부샤부. 연합뉴스
알이 꽉 찬 봄 주꾸미가 제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주꾸미가 한창 자라며 살이 오르는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오히려 제철이라고 김진영 식품 상품기획자는 말한다. 사진은 주꾸미 샤부샤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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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는 흔히 봄이 제철이라고 한다. 알이 꽉 찬 봄 주꾸미를 별미로 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꾸미의 한살이를 따라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꾸미는 여름에 태어나 이듬해 봄에 알을 낳고 죽는다. 수명이 1년 남짓이니, 우리가 즐겨 먹는 봄은 주꾸미에게 생의 끝자락인 셈이다. 봄 주꾸미를 찾는 입맛은 남획으로도 이어진다. 알을 낳기 전에 잡히는 주꾸미가 많아지면, 그만큼 다음해 태어날 주꾸미도 줄어든다. 그래서 김진영 식품 상품기획자(MD)는 주꾸미가 한창 자라며 살이 오르는 가을부터 겨울까지를 제철이라고 말한다. 그의 표현으로는 “외투를 꺼낼 때부터 외투를 벗을 때까지”다.

한겨레 유튜브 프로그램 ‘제철과몰입’에서는 주꾸미를 비롯해 오징어·문어·낙지 같은 두족류를 다뤘다. 방송인 권주현씨가 진행을 맡았고, 김 상품기획자와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생물학 박사인 안주현 서울 중동고 교사가 패널로 나섰다.

두족류는 ‘머리에 다리가 달렸다’는 뜻이지만, 안 교사는 “엄밀히 말하면 다리가 아니라 팔”이라고 했다. 걷는 데보다 먹이를 붙잡는 데 쓰기 때문이다. 분류학에서도 팔이 10개인 오징어 무리를 십완목, 8개인 문어 무리를 팔완목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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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설계도 사람과 딴판이다. 사람은 신경이 뇌에 몰려 있지만, 문어는 신경세포가 팔까지 그물처럼 퍼져 있다. 곽 교수의 표현으로는 “뇌가 팔에 있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다. 피를 온몸에 돌리는 심장은 3개다. 피 색깔도 다르다. 사람은 철을 이용해 산소를 나르기 때문에 피가 붉지만, 두족류는 구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피가 푸른빛을 띤다. 그렇다고 잘린 산낙지 다리가 꿈틀대는 게 지능 때문은 아니다. 안 교사는 “움직인다고 지능이 있다고 보는 건 비약”이라며, 남은 신경세포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능이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는 문어는 고통을 느낄까. 이를 확인한 실험이 있다. 연구진이 문어 팔에 묽은 아세트산을 주사하자, 문어는 다른 팔로 주사 부위를 계속 감싸고 문질렀다. 생리식염수를 맞은 문어에게선 이런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픔을 느낀다는 신호다. 여기에 진통 성분을 넣어주자 문어는 다시 평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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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한발 더 나아갔다. 아세트산을 맞은 공간과 진통제를 받은 공간을 따로 경험하게 하자, 문어는 나중에 주사를 맞지 않아도 진통제를 받았던 공간을 골랐다. 아픔을 느낄 뿐 아니라 기억까지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연구가 쌓이면서, 척추동물에 적용하던 동물실험 윤리 기준을 두족류에게도 적용하는 나라가 생겨났다.

두족류를 둘러싼 오해도 몇가지 짚었다. 갯벌에서 사람이 직접 캐는 ‘펄낙지’에 대한 환상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먹는 낙지가 100마리라면, 갯벌에서 캔 건 한마리가 될까 말까다.”(김진영 상품기획자) 대부분은 주낙이나 통발로 잡거나, 큰 선단이 바다에 나가 잡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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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가운데는 무엇인지 모르고 우리가 먹는 것도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가문어’ 안주나 짬뽕에 들어가는 솔방울 모양 오징어는 대개 남미에서 들여온 훔볼트오징어다. 길이 2m까지 자라는 이 오징어는 암모니아 냄새가 심해 그대로는 먹기 어렵다. 그래서 물에 오래 담가 냄새를 빼는데, 이 과정에서 맛 성분도 함께 빠져나간다. 김 상품기획자가 훔볼트오징어를 쓰는 짬뽕집엔 가지 않는 이유다.

주꾸미를 고르는 요령도 소개됐다. 김 상품기획자는 살아 있는 주꾸미 대신 ‘기절한 주꾸미’를 추천했다. 이때 눈여겨볼 것은 무늬다. 주꾸미는 신선도가 떨어지면 무늬가 사라지고 몸이 허옇게 변한다. 따라서 고유의 무늬가 또렷이 남아 있다면 충분히 신선하다는 뜻인데, 값은 산 것의 절반 정도다.

해마다 오르는 오징어값 뒤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오징어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로 자라기까지 성장 단계마다 알맞은 수온이 다르다. 그런데 동해 수온이 오르면서 어린 오징어가 살아남기 어려워졌고, 여기에 남획까지 겹치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반면 요즘에는 서해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데, 이 역시 바다 수온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오징어를 양식으로 키울 수는 없을까. 안 교사의 답은 회의적이다. 성장 단계마다 수온을 세심하게 맞춰줘야 해서, 양식에 성공하더라도 상업화할 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오징어를 키우는 건 사람이 아니라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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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기후변화 포스터를 새로 그려보자고 제안한다. “기후변화 포스터에는 흔히 얼음 위에서 힘겨워하는 북극곰이 나오지만, 한국인이 만든다면 오징어를 그려도 좋겠다.” 기후변화는 먼 북극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해마다 오르는 오징어값으로, 이미 우리 밥상에 와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제철과몰입’은 한겨레의 새 유튜브 채널 ‘지식과몰입’의 첫 프로그램이다. 식품 상품기획자(MD), 과학자, 생물학자, 사회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가을과 겨울을 대표하는 주요 식재료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인류학적·영양학적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매주 목요일 새로운 콘텐츠로 시청자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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