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에 남아공 출신 나비 필라이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국제 인권 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85)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라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을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외르겐 바트네 프리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수상자는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집단 학살이 기소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국제법의 범위와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에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법 체계가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 제도들이 공격받고 있다”며 “필라이는 국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폭력과 분쟁의 희생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는 분명히 국제 체제와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 관련 기구를 공격하고 훼손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필라이는 현재 ICJ에서 미얀마가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된 사건의 임시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다. 그는 남아공 최초의 비백인 여성 고등법원 판사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필라이는 아파르트헤이트(옛 남아공 백인 정권의 흑인 분리·차별 정책)에 맞섰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범들의 인권 보호에 힘쓴 인권법률가이다.
필라이는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면서 “변호사이자 판사인 만큼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이끌었던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및 이스라엘에 관한 독립 국제조사위원회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인정한 보고서를 발표한 뒤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진실을 말하는 데 왜 용기가 필요하겠는가. 법을 해석하고 사실관계를 살펴 공정하게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이는 “이게 농담이 아니길 바란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필라이가 수상 소식을 들은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농담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이날 엑스에 올린 영상에서 필라이는 “여러분이 박수를 조금 더 쳐주시면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눠가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뉘른베르크포럼 행사 참석차 독일을 방문하던 중 수상 소식을 듣고,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다. 필라이는 이어 “인권을 지지하는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 상황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접하기에) 적절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외르겐 바트네 프리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위원회에서 2026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벨평화상은 전쟁·인권·외교 등 분야에서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해에 이바지한 인물이나 단체에 수여 되는 상이다. 지난해에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지킨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수상했다. 마차도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헌정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 후보로 287명을 추천받았으며 이 가운데 2분의 1이 조금 넘는 후보가 단체 단위라고 밝힌 바 있다. 노벨평화상 후보는 국가원수나 정치인, 대학교수, 외교정책 연구기관장, 역대 노벨상 수상자, 노벨위원회 위원 등 제한된 자격을 갖춘 개인이나 기관이 추천할 수 있다.
노벨위원회는 제 1·2차 세계 대전 기간 등 19차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열린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다른 5개 부문(생리의학·물리학·화학·문학·경제학상) 시상식과 달리 평화상 시상식은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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