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부추긴 교육부 가이드북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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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 사회정책부장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에 배포할 예정이었던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이드북은 지난 6월 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로 시작된 ‘5·18 민주화운동 조롱’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미 놀이처럼 교실에 스며든 혐오·차별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만들게 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만든 가이드북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 지난달 28일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면서 교육·인권·종교·노동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오히려 혐오·차별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가이드북을 검토하던 외부 전문가 7명 중 6명이 문제를 제기하며 스스로 사퇴까지 했다. 교육부는 현장 배포를 당분간 보류한 채, 내용에 대해 추가 검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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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가이드북에서 유령 취급을 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조사한 결과(응답자 189명)를 보면, 성소수자 학생들은 교사와 또래 친구로부터 일상적인 혐오·차별을 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사에서 “동성애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양 떠든다”, “수업 중 동성애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선생님께서 질색하시는 표정을 지으면서 질병이라고 했다” 등 자신들이 겪은 혐오를 토로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학교에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이나 혐오·차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차별을 그대로 방치하는 정부의 모습은 미국·유럽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고, 법적으로 동성 간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정당(자민당)이 장기 집권을 하는 일본 쪽이, 이른바 진보가 정권을 잡은 한국보다 성소수자 인권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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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023년 ‘성소수자(LGBT)에 대한 이해 증진법’을 제정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등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기업이 노력할 것을 명시했다. 지난 6월 법에 따라 학교나 직장 등에서 성소수자 상담 체제를 정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성소수자 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내용의 기본계획도 확정됐다.
일본 지자체는 10여년 전부터 동성 커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도쿄 시부야구·세타가야구가 최초로 동성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5월 기준 532개 지자체가 도입했다. 약 9837쌍이 가족에만 허용되는 수술(공공병원) 동의서 서명 등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은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지자체가 단 한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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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막는 것은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알엠(RM·본명 김남준)이 2018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는 연설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면서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이름을 찾으라”고 외쳤다. 알엠의 유엔 연설은 자랑스러워하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자국에서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부끄러운 상황이다.
다시 가이드북으로 돌아와 보자. 교육부는 성소수자를 뺀 것이 시도교육청에서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민원 등이 제기될 수 있어 학교 배포가 어렵다며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성소수자 내용을 넣기도 곤란하고 빼는 것도 곤란해 자칫하면 가이드북 배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혐오에 권리가 어디 있어?” 교육부가 민원 운운하는 모습에서 2024년 개봉한 한국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대사가 떠올랐다. 대학 축제에서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가 주점을 열었는데, 지나가던 몇몇 학생들이 이를 불편해하면서 성소수자들을 보기 싫은 것도 자신들의 권리라고 시비를 거는 대목에서 나왔다.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이 불편하다는 민원은 권리가 아닌, 그 자체가 혐오이자 차별이다.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담은 가이드북이 배포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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