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값 석 달 만에 꺾였지만…설탕은 1년 새 28.8% 뛰었다
케냐 가리사 주 다답 난민단지 식량 배분센터에서 난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계 식량 가격이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했다.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고 육류와 유제품 가격도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설탕 가격은 4개월 연속 상승해 202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전체 식량 가격은 한풀 꺾였지만 품목별로는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33.9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전달보다 1.2% 하락한 수치다.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연속 상승했던 지수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의 국제 가격 변화를 종합한 지표다.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산출하며, 각 품목군의 평균 수출 비중을 반영한다. 세계 농산물 시장에서 주요 식품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하락을 이끈 것은 곡물이었다. 10월 곡물 가격지수는 116.8로 전달보다 4.5% 떨어졌다. 4개월 연속 상승했던 밀 가격이 국제 수요 부진과 아르헨티나의 생산 전망 개선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수확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남미 주요 수출국의 공급이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옥수수 가격을 끌어내렸다. 흑해 지역의 수출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 역시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곡물 가격이 모두 내린 것은 아니다. 쌀 가격지수는 일부 수출국의 수확 지연과 악천후, 생산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1.6% 올랐다.
육류 가격지수는 125.5로 1.2% 하락했다. 돼지고기와 양고기, 쇠고기 가격이 내렸고 가금육 가격은 대체로 보합세를 보였다. 유제품 가격지수도 117.8로 1.1% 떨어졌다. 버터와 치즈의 공급이 충분한 데다 수요가 약해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탈지분유 가격은 수입 수요가 이어지고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되면서 상승했다.
반대로 설탕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10월 설탕 가격지수는 121.3으로 전달보다 6.6% 상승했다. 4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202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28.8%에 달한다.
주요 원인은 브라질의 날씨였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의 중남부 사탕수수 생산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수확과 압착 작업이 차질을 빚었다. 인도에서는 몬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고 지역별 편차도 커 생산 전망에 우려가 제기됐다. 유럽연합(EU)과 태국의 2026∼2027년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식용유 등 유지류 가격지수는 199.2로 전달보다 0.3% 올랐다. 바이오연료 부문의 수요가 이어지고 남미의 계절적 공급량이 줄면서 대두유 가격이 2022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흑해 지역의 수출 물량이 빠듯해지면서 해바라기유 가격도 반등했다. 반면 유채유 가격은 공급 증가와 바이오디젤 원료 수요 부진으로 하락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의 장기 흐름을 보면 이번 하락을 식량 가격의 전면적인 안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160.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다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과 각국의 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국제 식량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후 지수는 하락해 2023년과 2024년에는 전쟁 직후의 고점에서 상당 부분 내려왔다. 그러나 2025년부터 다시 오르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올해 9월에는 135.6까지 상승했다가 10월 133.9로 한 달 만에 하락했다. 10월 지수는 2022년 3월 고점보다는 16.4% 낮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여전히 5.9% 높다.
로이터통신은 6일 국제 수입 수요가 약해지면서 곡물·유제품·육류 가격이 하락했지만, 세계 식량 가격은 1년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 지수 하락은 식품 원자재 시장의 가격 압력이 일부 완화됐다는 신호지만, 품목별 공급 상황과 기상 여건에 따라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까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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