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남 선생 업적 빼앗아”…‘친일파’ 하영 증조부, 거짓 이력 의혹

같은 관비 유학생 국비 비원 유학
졸업 뒤 행보는 엇갈려
김익남, 귀국해 근대 의사 32명 양성
안상호 관립의학교 교관 임명됐으나
귀국 거부하다 폐교 3개월 뒤 해임
배우 하영(본면 안하영) 증조부인 안상호의 거짓 이력 의혹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안상호의 친일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관비 출신으로 구한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근대의학을 전공했으나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김익남의 행보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영의 부친이 쓴 과거 기고문 속 오류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하영의 부친 안병문 원장이 2002년 중앙일보에 ‘큰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의 기고문으로부에서 불거졌다.
안 원장의 기고문에는 “우리 집안은 몇 안 되는 의료 명문이며 증조부께서는 종두법 실시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과 함께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관립의학교 교관으로 계셨고, 초대 한성의사회장을 지내셨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정부 기록 등에는 대한제국 정부의 명을 받고 지석영과 함께 의학교 교관으로 재직한 인물은 안상호가 아닌 김익남이라고 적시돼 있단 점이다.
김익남은 1899년 7월 지케이의원의학교를 졸업한 뒤 정부의 요청을 받아 1900년 8월 귀국 후 관립의학교 교관으로 취임했다. 그는 4년간 32명의 근대 한국인 의사를 배출한 인물이다.
안상호도 1904년 10월 교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귀국을 거부하다 석 달 뒤 해임됐다. 이후 관립의학교는 1907년 3월10일 일본 통감부에 의해 폐교됐다. 안상호는 폐교 이후인 3월21일에야 귀국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역사문화원에서는 1899년 7월 김익남이 도쿄 지케이의학교를 졸업했을 당시 서재필은 미국 국적자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근대식 정규 의학교육을 받고 의사가 된 인물은 김익남이 최초라고 설명한다.
이후 1908년 일본인 의사단체에 맞서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의사단체인 의사연구회(지금의 대한의사협회)를 결성하고 회장을 맡았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안상호 후손이 김익남 선생님의 업적을 통째로 빼앗았다”면서 “안상호가 국가의 부름을 무시한 관립의학교를 자기 조상 스펙으로 후손이 알리고 다녔다. 김익남 선생님은 조상 업적 알릴 후손 하나 못 남기셨다. 이게 맞나”라고 통탄했다.
하영 부친의 기고문을 접한 누리꾼들은 ‘세월이 우리 편에 서서 고맙게 흘렀다’ 부분에 대해 “친일 행적을 이미 알고 있었네”, “남의 업적 뺏고 자랑하는 꼴이 일본이 우리나라에 한 짓과 똑같다”, “파면 팔수록 심각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영은 여러 방송에서 증조부가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했으며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밝히며 “4대째 의사 가문”임을 자랑했다.
하지만 얼마 뒤 하영의 증조부가 친일 성격의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을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친일파인 이완용도 이 단체 소속이다.
안상호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인터뷰에서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뒤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다. 조선 옷은 한 벌도 없고 매운 음식도 못 먹는다. 자녀들이 집에서 일본어만 사용한다. 완전한 일본인 가정으로 키우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안상호의 친일 행적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논란의 본질은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하여 대중에게 상처를 준 ‘역사 인식과 성찰 부재’에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하영은 지난 12일 자필 편지를 통해 “부끄럽게도 무지한 상태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하나씩 드러나는 증조부의 친일 행적에 더해 김익남 선생 업적까지 본인 업적으로 둔갑시켰다는 의혹까지 나오며 파장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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