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투자, ‘기후 합리성’ 먼저 따져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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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연호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이 포함됐다고 발표하자, 정부는 상업성이 확인되고 국내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논쟁은 온통 ‘상업적 합리성’에 쏠려 있다. 돈이 되는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만 따진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대규모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다면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사업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더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다. 상업적 합리성만큼 ‘기후 합리성’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알래스카 엘엔지 사업은 북극권 노스슬로프의 가스를 뽑아 영구 동토층을 가로지르는 약 1300㎞ 파이프라인으로 보낸 뒤, 액화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망을 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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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엘엔지 개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사업 쪽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크다. 알래스카가스개발공사(AGDC)가 2021년 직접 추산한 이 사업의 전 과정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 기준으로 한 해 7700만톤이다.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2025년까지 줄어든 규모(8400만톤)와 맞먹는다. 7년에 걸쳐 쌓은 감축 성과에 버금가는 양이 이 사업 하나로 해마다 대기에 더해진다.
이마저 보수적인 값이다. 보고서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를 100년 기준의 계수로 계산했다. 채굴부터 파이프라인 수송, 액화, 해상 운송까지 전 과정에서 새어 나오는 메탄은 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다. 20년 기준으로 산정하고 실제 누출량을 반영하면 배출량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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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기후금융에서는 이런 배출을 ‘금융배출’(financed emissions)이라 부른다. 굴뚝이 어디에 있든 돈을 댄 쪽이 투자 비중만큼 배출 책임을 진다는 개념이다. 미국 발표대로라면 한국의 투자액은 사업비 추정치(445억~545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사업이 내뿜을 온실가스 대부분이 한국의 돈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 중립을 추진하면서,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자금을 대는 것은 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배출의 외주화’에 가깝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 통계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는 배출 지역과 관계없이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이미 폭염, 폭우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는 한국도 그 영향에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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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투자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파이프라인 투자와 함께 향후 생산량에 대한 구매계약을 요구해 왔고, 엘엔지는 보통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거래된다. 이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알래스카 엘엔지를 20년간 연 100만톤씩 구매하는 기본 합의를 맺었다. 엘엔지 장기계약에는 흔히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조항이 붙는다. 물량을 가져가지 않아도 대금은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가스발전을 줄일수록 쓰지 않는 가스에 돈을 치러야 하는 구조, 곧 감축 목표와 계약 의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탄소락인’(lock-in)이다. 미국은 사업이 추진되면 한국에 장기 엘엔지 구매 계약을 보장하고 우선 접근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상업성을 높이겠다는 이 조건이 오히려 한국을 20년 동안 가스에 묶는 사슬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미국 쪽 자료를 검토하면서 수익성 전망과 함께 사업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장기 구매 계약 조건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알래스카 엘엔지 사업의 투자 요구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 대미 투자는 외부 압박에 떠밀려 결정할 일이 아니라, 중장기 에너지 전환과 산업 탈탄소화 전략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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