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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24, 2026

정대만의 ‘아식스’는 강백호의 ‘나이키’를 어떻게 추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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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일러스트. 정대만(왼쪽에서 둘째)이 아식스를 신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일러스트. 정대만(왼쪽에서 둘째)이 아식스를 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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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너희들은 내 발목이나 잡지 마라.”

일본 유명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일본 이름 사쿠라기 하나미치)는 북산고(쇼호쿠 고교) 동료들에게 이런 허세를 떤다. 초보 농구 선수였던 그는 1990년∼2000년대 농구판을 주름잡았던 나이키 농구화를 신었다. 반면 중학교 시절 학교 농구팀을 지역대회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 경력의 정대만(미쓰이 히사시)은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떨어지는 일본 브랜드 ‘아식스’를 신었다.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지난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정대만은 중학교 최우수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이니까 ‘아식스’가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화의 배경인 1990년대, 일본 정통 학생 농구 선수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나이키보다 자국 브랜드인 아식스 농구화를 고집했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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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오랜 인연을 가진 두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의 경쟁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아식스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 끝에 부활하고 있다”며 “한때 아식스의 (미국 내) 대리점 구실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나이키를 상대로 아식스의 ‘재역전극’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일본을 대표하는 두 스포츠용품 기업은 60년 넘는 인연을 갖고 있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스포츠(BRS)는 1964년 설립된 뒤 아식스의 전신인 일본 오니츠카타이거의 운동화를 북미에 수입·판매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현재 나이키 누리집도 “나이키가 만들어진 1971년 당시는 공동 창업자인 필 나이트와 빌 바우어만이 여전히 일본산 러닝화를 소량 유통하는 블루리본스포츠를 운영하고 있었다”며 “공급업체(오니츠카)와 계약이 끝나가고 있었고 회사의 미래가 다른 회사 제품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1971년 깨졌고, 이후 두 회사는 공동개발했던 러닝화 ‘코르테즈’의 상표권과 디자인 관련 소송전을 벌이며 앙금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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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 더 퍼스트’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 더 퍼스트’의 한 장면.

블루리본스포츠는 나이키로 옷을 갈아입은 뒤 10여년만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에어 조던’ 성공을 발판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반면 아식스는 1990년대 후반, 2018년 무렵 두 차례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아식스는 최근 반전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북미 지역 연간 매출액이 1411억엔(1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던 2020년 연간 매출액 653억엔과 견줘 두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회사 전체로는 매출 8109억엔(6조8600억원), 영업이익이 1425억엔(1조206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9.5%, 42.4%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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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달리기 붐이 이는 가운데 고성능 러닝화 시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식스는 지난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5개국에서 90달러 이상 고가 러닝화 시장 점유율 17.4%을 기록해 1위에 올라섰다. 또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판매된 경기용 신발을 패션용으로 재탄생시킨 ‘스포츠 스타일’ 분야가 일반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패션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거’의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5월 ‘지속가능성 전환 우수기업 2026 보고서’에서 “아식스가 미국·일본·유럽·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달리기 대회 관련 회사들을 인수해 연간 1800만여명의 러너들과 접점을 확보했다”며 “이렇게 연결된 러너들에게 ‘원스톱’ 제품·서비스 정보를 제공해 매출 증대와 전세계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나이키는 최근 수십년 ‘절대 강자’ 자리가 흔들릴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한해 매출이 463억달러(61조3660억원)로 전년 대비 9.8% 빠졌다. 주가 역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2021년과 견주면 최근 80% 가까이 폭락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몰과 직영점 강화 전략을 편 게, 기존 대형 유통업체나 운동화 전문점과 관계를 악화시켜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닝화 시장에서 아식스 같은 경쟁자들이 약진한 데다, 나이키의 핵심 시장이던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스포츠용품 시장과 관련해 “시가 총액에서 나이키(8조8천억엔)와 아식스(3조4천억엔)가 역전될 날이 더는 꿈만은 아닌 상황”이라며 “오랫동안 시장에서 ‘왕’으로 군림해온 나이키의 뒷모습이 경쟁자들에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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