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20조 ‘슈퍼 예산’…“반도체 초호황 기반, 잠재성장률 끌어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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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린 820조9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93조원 늘어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증액이자 역대 최고 증가율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2년 연속 단행한 ‘적극 재정’이다. 1년 전엔 12·3 내란 사태로 촉발된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써야 했던 상황이었다면, 올해는 성장 회복세가 뚜렷해진 시점이라는 점이 다르다. 정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로 인한 세수 호황을 바탕으로 재정을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적기라는 판단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늘어난 세수 중 100조원가량은 국채를 갚는 대신 별도 기금에 저축해 ‘재정 저수지’로도 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잠재성장률 제고’와 ‘양극화 완화’를 기본 방향으로 삼은 ‘2027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최고 총지출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동력 등에 투자하는 ‘슈퍼 예산’이면서도, 경제 성장과 세수 호황으로 주요 재정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총수입을 올해 본예산보다 30.4% 늘어난 880조8천억원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법인세·소득세 등 국세수입이 584조4천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총수입이 총지출을 웃돌면서 재정수지가 대폭 개선된다. 내년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은 59조9천억원으로 ‘흑자’를 낸다. 국민연금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기금수지) 적자는 3조1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0.1%에 그쳐 사실상 ‘균형 재정’에 가깝다. 올해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3.9%)에 견줘 무려 3.8%포인트나 개선된 수치다. 분모에 해당하는 명목 지디피 규모가 대폭 커지는 효과도 겹쳤다. 지디피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48.3%로 3.3%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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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자체는 다소 늘어 본예산 대비 106조원 불어난 1519조8천억원이 된다. 정부는 세수 증가분을 국가채무 상환에 더 많이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채시장 안정’ 논리를 들었다.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은 222조8천억원(신규발행 96조3천억원)인데, 늘어난 세수 가운데 상당액을 채무 상환에 쓸 경우, 국채 발행 물량이 줄어 국채시장의 유동성과 거래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국가채무를 최대한 줄이는 것과 국채시장의 안정적 관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선(연평균 증가율 6.2%)을 웃도는 ‘추가세수’분 162조3천억원을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새로 만든다. 이 가운데 45조4천억원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한다. 국채 신규발행 물량 축소에도 12조5천억원가량 쓰고, 나머지 약 104조4천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쌓아둬 세수 변동성에 대응하거나 세수 결손이 생겼을 때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데 쓴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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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의 중점 투자 대상은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 분야다. 이 분야 예산은 올해 10조8천억원에서 내년 21조3천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난다. 반도체 특별회계 2조원을 조성해 수도권·서남권 생산기지 구축을 가속화한다. 반도체 전력·용수·산단 등 인프라 구축 속도전을 위해 2조원 넘게 투자하고, 제조·건설·농업 등 피지컬 인공지능 실증화 사업과 연구개발(R&D) 등에도 3조원 넘게 투자한다. 최고 성능 지피유(GPU·베라루빈) 1만장을 구매해 ‘독자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지원하는 등 5조원 가까이 투자한다. 이 모델을 국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모두의 에이아이’에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년은 성장단계별로 나눠 교육, 일자리, 자산, 주거, 혼인·출산·양육 등 전 영역에 걸쳐 43조3천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소득요건 없이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있도록 청년미래적금 대상이 확대되고,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넓은 평수로 공급하는 청년 선호 공공임대주택, 혼인지원금·출산지원금·아동기본수당으로 구성된 3종 패키지 등이 새로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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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K)자형 양극화 대응’을 내세워 지역 격차 해소 등에도 예산 33조원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5극3특 성장엔진 육성을 위해 10조원 가까이 투입한다. 대표적으로 성장엔진 사업 앵커기업이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이 신설된다. 소상공인·농어민 등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장기연체 채무를 조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인구감소지역을 17곳에서 35곳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거쳐 2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안은 국회 심사를 거쳐 12월 초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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