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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제재한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상황 심각…법치 종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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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네 토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지난 2024년 판결 선고를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카네 토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지난 2024년 판결 선고를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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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일본인 아카네 도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판사)이 “판사 개인뿐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에도 제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아카네 소장은 23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로서 맡은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며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까닭이 없다”며 “이번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지난 18일 국제형사재판소의 아카네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수석 공판 법률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자는 본인과 가족들까지 미국 입국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신용카드 사용을 비롯해 미국 기업의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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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가 지난 2024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과 지난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초기 이란 초등학교 오폭 사건에 대한 조사 등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형사재판소가 회원국이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인과 군 당국자를 조사하고 기소하는 것 자체가 권한 남용이라는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국제형사재판소를 겨냥해 “부패하고 심각하게 정치화된 초국가적 재판소”라며 ‘체계적 해체’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탈퇴하거나 분담금 납부 중단을 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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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 4명을 제재 대상자로 올리는 등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쪽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어 “지금까지 국제형사재판소 전체 판사 18명 가운데 9명, 부검사 2명, 전직 수석검사, 검찰부 직원 1명이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됐다”며 “사법 관계자들이 국제법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이런 위협을 받게 되면 국제법 질서 그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 자체를 겨냥할 경우, 기능 자체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의 방해로 재판소에 대한 각국 지원금이 끊기면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불가능해 조직 운영이 멈춰 설 수 있다. 또 미국 정부가 자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을 압박해 국제형사재판소의 시스템을 차단하면 수사와 재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피해자나 증인들의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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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아카네 소장은 자신의 저서를 출간했던 ‘분게이슌슈’(문예춘추)를 통해 “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이를 ‘국제적 법치의 종말’이 시작되는 상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낸 책 ‘전쟁 범죄와 싸우는 국제형사재판소는 굴복하지 않는다’에서도 “단순히 국제형사재판소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법의 지배’가 사라질 수 있는 위기라는 인식을 (일본 정부 및 국회의원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일본인인 아카네 소장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데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일 이 문제와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과 의사소통을 지속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 일본 유력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이튿날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미국의 압력 앞에서는 법치는 물론이고 자국민의 직무 지속 권리를 지키겠다는 결의조차 보여줄 수 없는 것이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 등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인권·외교를 초당파적으로 생각하는 의원연맹’은 오는 24일 신속하고 분명한 대처를 촉구하는 성명을 일본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다카이치 총리와 외무상이 미국 정부의 조처에 분명한 항의 뜻을 표명하고, 아카네 소장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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