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베어맘’ vs ‘아몬드맘’…미국 엄마들 사이에 뜬 이상한 이름의 정체
구미베어맘과 아몬드맘의 대립은 사탕과 채소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음식을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자세다. pexels
“우리 엄마는 구미베어맘이었어요.”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최근 이런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이가 먹는 음식에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를 뜻하는 ‘아몬드맘(Almond Mom)’에 이어 등장한 ‘구미베어맘(Gummy Bear Mom)’이라는 표현이다. 이름만 보면 귀여운 별명 같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음식과 간식에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둘 것인가를 둘러싼 부모들의 서로 다른 태도를 가리키는 인터넷 유행어다.
미국 매체 굿하우스키핑은 최근 ‘구미베어맘’을 소개하면서 이 표현이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의학이나 심리학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양육 유형은 아니다. 미국의 온라인 용어 사전인 딕셔너리닷컴도 ‘구미베어맘’을 비공식적인 인터넷 표현으로 설명한다.
구미베어맘은 ‘간식을 마음껏 주는 엄마’?
구미베어맘은 쉽게 말하면 아이에게 특정 음식을 ‘나쁜 음식’이라고 낙인찍거나 지나치게 금지하지 않는 부모를 뜻한다. 이름처럼 ‘구미베어’ 같은 젤리류 사탕을 비롯해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단 음식을 집에서 완전히 없애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매일 간식만 먹게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굿하우스키핑은 구미베어맘을 “음식에 대해 느슨하고 균형 잡힌 태도를 가진 부모”로 설명했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기본으로 하되 간식과 단 음식도 삶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고, 음식에 ‘좋다’ ‘나쁘다’라는 도덕적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해서 “그건 몸에 나쁜 음식이니 먹으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 평소 식사는 균형 있게 하면서 아이스크림도 적절한 양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파멜라 러틀리지 박사는 굿하우스키핑과의 인터뷰에서 음식에 대한 수치심이나 도덕적 판단을 줄이는 것이 음식과의 건강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 아몬드맘은?
구미베어맘과 반대편에 등장하는 표현이 아몬드맘이다. 아몬드맘은 아이의 음식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칼로리·체중·외모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부모를 비꼬는 인터넷 용어다.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2022~2023년 무렵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표현의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장면이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베벌리힐스의 진짜 주부들(The Real Housewives of Beverly Hills)>에 등장한 모델 지지 하디드와 어머니 욜란다 하디드의 대화다. 지지가 배고픔을 호소하자 어머니가 “아몬드 몇 알을 먹으라”고 말하는 장면이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되면서 ‘아몬드맘’이라는 표현이 널리 퍼졌다.
물론 실제 아몬드맘이 반드시 아몬드만 먹인다는 뜻은 아니다. 음식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칼로리나 체중을 중심으로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며, 그 기준을 자녀에게도 강하게 적용하는 부모를 과장해 표현한 말이다.
딕셔너리닷컴은 아몬드맘을 매우 엄격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부모를 가리키는 소셜미디어 용어로 설명한다. 실제 부모의 양육 방식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전문 용어라기보다는, 온라인에서 특정한 양육 태도를 비판하거나 풍자할 때 쓰이는 표현에 가깝다.
두 용어가 맞붙은 이유
흥미로운 점은 구미베어맘이라는 표현이 아몬드맘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아몬드맘 식의 양육을 경험한 자녀 가운데에는 어린 시절 음식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나 죄책감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부모들이 “내 아이에게는 내가 겪었던 방식의 음식 통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보다 자유로운 식습관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굿하우스키핑이 만난 부모·심리 전문가들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어릴 때 음식이 지나치게 통제됐거나 특정 음식을 먹는 것에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던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는 보다 편안한 음식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음식에 죄책감을 주지 않는 것’과 ‘아무런 규칙이나 제한을 두지 않는 방임’은 다르기 때문이다.
구미베어맘은 “음식에 대해 느슨하고 균형 잡힌 태도를 가진 부모”로 설명된다. pexels
구미베어맘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구미베어맘의 핵심은 간식을 허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지나친 죄책감과 공포를 줄이는 것에 있다. 아이가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 원하는 만큼 먹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굿하우스키핑에 따르면 러틀리지 박사는 어린 시절에는 실행기능과 충동조절, 영양 지식, 자기조절 능력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가 일정한 기준과 경계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부모가 어떤 음식을 집에 마련할지, 식사와 간식 시간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아이가 저녁 식사는 거부하면서 초콜릿만 계속 달라고 한다면 “음식은 모두 똑같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먹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대응은 아니다. 그렇다고 초콜릿을 ‘나쁜 음식’이라고 몰아붙이거나 먹은 양을 놓고 죄책감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그 중간에 있다. 부모가 건강한 음식 환경과 기본적인 규칙을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음식에 대한 선택과 자기조절 능력을 배워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무엇을 먹었나’보다 ‘어떤 관계를 만들었나’
결국 구미베어맘과 아몬드맘의 대립은 사탕과 채소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음식을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자세다.
매체는 아이의 음식에 대한 태도가 한 번의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식사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소개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일상의 기본으로 하면서도 간식이나 디저트를 먹었다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미베어맘이 될 것인가, 아몬드맘이 될 것인가’라는 선택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두 표현 모두 소셜미디어가 복잡한 양육 방식을 간단한 이름 하나로 묶어 만든 유행어다. 딕셔너리닷컴 역시 두 단어 모두 공식적인 양육 유형이 아닌 비공식적인 인터넷 용어로 설명한다.
아이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가르친다는 것은 과자를 금지하는 것도, 과자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때로는 아이스크림이나 사탕도 즐길 수 있으며, 어느 한쪽을 먹었다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 미국에서 ‘구미베어맘’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논쟁이 결국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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