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늘면 채용 준다” 청년 81%의 비명…‘경력만 찾는’ 기업·시장이 만든 덫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6 부산청년 메가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구직자와 재직자 10명 중 8명이 법정 정년연장이 추진되면 기업의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둔화와 경력직 선호 등으로 취업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년연장 논의까지 본격화하자 청년층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34세 구직·취업 청년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취업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법정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에 미칠 영향을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81.0%가 ‘신규채용 규모 감소’를 꼽았다. 이는 지난해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수치(70.8%)와 비교해 1년 만에 10.2%포인트 급증한 결과다. 국회와 정부 차원의 계속고용 및 법정 정년연장 논의가 구체화하면서 청년 세대의 일자리 위기감이 더 가팔라졌다.
현재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 전선의 벽도 높다. 최근 청년 취업 시장 환경에 대해 응답자의 62.9%가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약간 어렵다’는 응답은 31.9%, ‘매우 어렵다’는 31.0%에 달했다. 취업 시장이 어렵다고 답한 청년들은 그 주된 이유로 ‘경력자 중심의 채용 가속화’(49.5%)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전년대비 채용 감소’(49.2%)와 ‘인공지능(AI) 활용 등으로 인한 인력 수요 감소’(49.1%)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하기보다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뽑거나 디지털 전환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는 추세가 청년들에게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취업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한 사항은 ‘인턴 및 일경험 프로그램 참여’(47.4%)로, ‘어학 점수 및 자격증 취득’(46.3%)을 앞섰다. 경력직 선호 추세에 맞춰 인턴 경험이라도 쌓아야 서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압박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최대 난관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50.9%)과 ‘일경험·경력 부족’(49.0%)이었다.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시장에서 일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적은 셈이다. 직장 선택 기준에서는 ‘급여 수준’(66.6%)과 ‘고용 안정성’(46.0%)이 최우선 고려 요소로 나타났다.
지역별 일자리 인프라 격차도 드러났다. 취업 희망 기업 형태로 수도권 청년은 ‘대기업 내지 중견기업’(32.5%)을 가장 선호했으나 비수도권 청년은 ‘공무원 내지 공공기관’(33.3%) 선호도가 대·중견기업(24.1%)보다 9.2%포인트 높았다. 취업 과정의 어려움에서도 비수도권 청년은 ‘일경험·경력 부족’(53.6%)을 수도권(46.2%)보다 훨씬 큰 고통으로 꼽았다. 지방의 산업 기반 침체와 양질의 민간 일자리 실종이 청년들을 안정적인 공공부문으로 내모는 배경이다.
경총은 이번 조사를 근거로 기업의 청년 채용 축소 우려를 감안해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직무역량을 강화하는 취업 인프라 확충과 함께 민간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투트랙 전략’도 제안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일부 청년 구직자들은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직접 위협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이 기업의 채용 축소 책임을 가리기 위한 논리라고 반박한다. 기업이 공채를 줄이고 수시·경력직 중심으로 채용 관행을 바꾼 만큼 신규채용 감소를 정년연장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숙련·고연차 근로자와 청년 신입 구직자가 진입하는 일자리의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대체 관계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 분야의 한 전문가는 “기업이 신규 채용 여력을 넓히려는 자구 노력 없이 단순히 법정 정년연장만을 반대하는 것은 경영상 비용 부담만을 회피하려는 태도”라며 “정년연장 논의를 무조건 가로막기보다 고용 연장과 청년 신규 일자리가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임금·직무 타협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