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너머 거울 미로…‘나’를 만든 연결을 찾아서

나만의 AI 비서
푸투라서울서 만나는 에스 데블린
타인과 자연으로 이어지는 시선
서로의 얼굴 그리며 작품에 참여
책장에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런데 제목이 보이지 않는다. 책등 대신 종이의 단면이 관람객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에 비친 영상을 보고 있으면 한쪽이 열리며 다음 공간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난다. 마치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서울 종로구 푸투라서울에서 열리는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는 이처럼 익숙한 물건을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으로 시작한다. 책과 거울, 그림을 따라 걷다 보면 한 가지 질문을 만나게 된다. ‘지금의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좋아하는 책 한 권,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 친구와 나눈 대화는 우리의 생각과 취향에 영향을 준다. 전시는 이러한 연결을 다른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로까지 넓혀간다.
처음 만나는 책장의 이름은 ‘인피니트 라이브러리(Infinite Library)’다. 알라딘이 제공한 책들로 채운 책장 위로 작가의 그림과 영상이 펼쳐진다. 책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생각을 전하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시대와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통로로 읽힌다.
책장이 열리면 ‘미러 메이즈(Mirror Maze)’로 들어선다. 거울 사이를 걸으면 내 모습과 다른 관람객의 모습이 여러 겹으로 겹친다. 같은 공간도 어디에 서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이러한 풍경은 우리가 일상에서 바라보는 세계 역시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집으로(Come Home Again)’에서는 시선이 인간 바깥으로 향한다. 이 작품은 런던과 서울의 생물종을 다룬 그림과 목소리, 합창 녹음을 한데 엮었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생명의 이름을 배우고 함께 부르는 것은 작품의 중요한 주제다. 이름을 알고 기억하는 일은 무심코 지나쳤던 존재에 관심을 갖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시 집으로’라는 제목도 인간과 다른 생명이 지구라는 터전을 함께 쓰고 있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스크린쉐어(Screenshare)’에서는 작가가 오랫동안 쌓아온 생각과 기억을 만난다. 30여 년간 축적한 스케치북 속 그림과 메모가 커다란 화면에서 영상으로 펼쳐진다. 작품을 구상한 흔적과 다른 사람들과 협업한 과정도 담겨 있다. 완성된 작품의 뒤편에 어떤 생각과 시도가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관람객의 참여는 영상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관람객은 화면을 이루던 스케치 중 한 장을 가져갈 수 있다. 전시장에서 보던 이미지가 누군가의 방이나 책상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전시 경험을 일상으로 가져가도록 한 장치다.
작가의 그림을 가져가는 작품이 있다면 관람객이 직접 그림을 남기는 작품도 있다. ‘콜렉티브 포트레이트(Collective Portrait)’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상대방의 얼굴을 그린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갔을 낯선 사람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완성된 초상화는 전시장에 남는다. 관람객의 손길이 더해질수록 여러 사람의 얼굴과 만남의 흔적이 쌓이며 작품도 달라진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사람이면서 작품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 된다.
전시장에는 데블린의 작품 세계와 관련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작가는 책에서 만난 문장을 기록하고 기억 속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며 작업을 발전시켜 왔다. 책과 스케치를 함께 살펴보면 문장과 이미지가 빛과 소리, 공간을 활용한 작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라인 오브 라이트(Line of Light)’는 작가가 잠에서 깨어 하나의 빛의 선을 보았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정원을 향해 열린 공간에서 실내의 빛과 창밖의 자연광이 어우러진다. 작은 빛에 주목했던 순간이 주변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으로 이어진 것이다.
책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고, 거울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낯선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경험은 ‘나를 만든 연결’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 읽은 문장과 마주친 얼굴도 언젠가 나를 설명하는 한 조각이 되지 않을까?
전시는 2027년 1월 17일까지 푸투라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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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식 기자·박수민 인턴기자]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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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푸투라서울에서 에스 데블린의 세 번째 시 전시가 2027년 1월 17일까지 열립니다.
알라딘 제공 도서와 거울, 그림을 활용한 공간 구성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의 콘텐츠 기획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장기 전시 운영이 문화공간 사업의 방향성과 업계 시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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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푸투라서울에서 열리는 전시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는 익숙한 물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관람객은 ‘인피니트 라이브러리’와 ‘미러 메이즈’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모습을 관찰하는 기회를 가지며, ‘콜렉티브 포트레이트’에서는 낯선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공동의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이 전시는 다양한 연결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인간과 생명체의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7년 1월 17일까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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